2020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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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77. 가톨릭교회와 노동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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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신부님, 오래도록 취업준비를 했는데 번번이 탈락했어요. 온갖 스펙과 경력에도 참 어려워요. 그런데 이번에 인천공항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대요. 특수업무를 하시는 분들이고 정규직으로 전환된 게 잘된 일이라고 하고, 저도 언젠가 비정규직으로라도 취직해야 하니 잘된 일인지도 모르죠. 그런데 취업을 준비하는 저희는 왠지 힘들고 불안해요.



■ 아프고 아팠던 지난 한 달!

지난 6월 21일 인천국제공항은 2143명(보안검색요원 1902명, 야생동물통제 30명, 소방대 211명)의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발표했고 지금까지도 논란이 첨예합니다. 청년 취업준비생 포함 사회 일각에서 형평성과 역차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정치적 공방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으나 무한경쟁 속에서 미래를 불안해하는 이들의 절박함과, 한편으로 열심히 일해도 차별과 냉대를 받는 비정규직의 아픔이 뒤엉키고 있습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까지 오른 이 문제를 둘러싸고 자극적 언론보도와 수많은 가짜뉴스마저 횡횡해 혼란과 대립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 사태로 참담함을 느낄 수많은 청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하면서도 불합리한 처우 속에서 고생하는 비정규직 종사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갖습니다. 하지만 실타래처럼 얽힌 이 상황을 마주하며, 차분히 사태의 본질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 불가피한 현실적 난제

최저임금이 가장 약한 계층을 보호하기 위함인 것처럼, 금번 조치도 비정규직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인천공항의 9700여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중 일부이자 핵심인 보안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공항의 공공성과 안전을 보강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입니다. 실제로 최고등급 국가보안시설인 공항의 안전을 담당하는 업무는 공익적 차원을 우선할 필요가 있으며, 밀입국·테러 등에 대비해 직접고용이 항상 검토돼 왔습니다. 또한 직접고용 된다 해도 임금 수준이 공항 정규직 임금의 절반 이하이며, 일반 사무직에 비해 7분의 1 수준인 경쟁률은 취준생의 자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논란도 많습니다. ‘공공기관 총액인건비제도’에 따른 기존 정규직의 처우잠식문제와 조직 비대화에 따른 신규채용 위축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또, 기존 정직원보다 더 많은 인원이 전환됨에 따라 기존 노조와의 갈등도(정규직 노조 1500여 명/전환자 2100여 명) 우려됩니다. 그리고 2017년 이전 입사자는 무조건 전환하나 그 이후 인원은 공개경쟁 해야 한다는 사측 제안에 대해 노조가 100% 고용안정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 전환과정의 공정성 논란이 발생합니다. 또한 공항의 60개 협력업체 9785명 중 2143명만 직접고용 되고 나머지는 자회사로 고용된다는 것도 비정규직 간 형평성 문제로 남습니다.


■ 가장 무서운 인재

승자도 패자도 모호한 이 갈등 속에서 이제는 1000만이 돼 버린 비정규직, 더불어 수많은 취준생들의 눈물이 안타깝습니다. 또한 많은 국민들이 이 사태 때문에 가슴앓이 하시는 것도 참담합니다. 비정규직과 취준생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용환경의 높은 긴장이 결국 도화선이 돼 사회적 갈등으로 번진 이 사태는 공동체에 깊은 혼란과 분열을 일으킬 인재(人災)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고가 나고 사람이 다치는 것만이 재난이 아닙니다. 아픈 마음으로 서로 대립하고 분열되는 것은 더 큰 재앙입니다. 이는 분명 슬기롭게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과 취준생의 대립과 분열이 붉어져서는 안 됩니다. 노사정(勞使政) 대화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출처 없는 가짜뉴스, 자극적 언론보도를 잘 식별해야 합니다. 사회에 많은 문제와 갈등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먼저 요구되는 것은 하느님과 이웃사랑을 기준으로 상황과 현안을 잘 식별하는 것입니다.

“19세기의 경제적 사건들은 커다란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충격을 가져왔다. 산업혁명과 연관된 사건들을 통하여 정의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자본과 노동의 갈등으로 촉발된 최초의 중대한 사회 문제인 노동 문제가 제기됨으로써,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오던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 상황에 대한 새로운 식별, 곧 낯설고 생소한 문제들에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식별이 요구되었다.”(「간추린 사회교리」 88항)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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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6-3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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