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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조종사의 병영일기] 집중과 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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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集中)과 분산(分散)! 반의어인 두 단어 중에 어느 단어에 더 애착이 가십니까? 사람들은 분산보다는 집중이 더 좋은 것이라고 여기지 않을까요. ‘집중해서 공부해라, 집중해서 일해라. 경기에 집중해라’ 이런 유형의 얘기를 많이 들었지, ‘분산해서 뭘 해라’라는 말은 많이 사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분산도 집중 못지않게 중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지난 5월, 경남 진해로 출장을 갔습니다. 먼 길이라 고속버스를 이용했지요. 일을 마치고 차편이 마땅찮아 택시를 이용해서 창원터미널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택시 안 앞부분에 특이한 배지가 걸려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20년 무사고 운전을 상징하는 배지였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20년 무사고 택시를 탔으니, 오늘 제가 운이 좋습니다. 20년간 무사고 운전을 하시다니 대단하시네요. 혹시 우리가 모르는 비결이 있습니까?”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택시기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시선을 한 군데 두지 않고 자주 전후좌우를 살피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바로 앞 차량은 물론이고 멀리서 오는 차량과 뒤쪽에서 다가오는 차량에도 주의를 둡니다. 그러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무사고 운전의 핵심은 시선을 한 곳에 두지 않고 전후좌우 고르게 ‘분산’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조종사와 비슷하네.’ 순간 조종사 양성교육을 받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조종사 훈련의 초점은 정해진 고도, 속도, 방향을 맞추는 것입니다. 처음 항공기를 조종할 때는 제원을 맞추는 것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고도에 집중하면 속도가 틀어지고, 속도와 고도에 신경을 곤두세우면 엉뚱한 방향으로 비행합니다. 따라서 속도, 고도, 방향과 지형을 빠르게 스캐닝해서 제원이 틀어지기 전에 조종간을 움직여 줘야 합니다. 스캐닝 기술이 곧 조종 기량인 것이죠.

돌이켜보면 장병 관리에도 자연스럽게 스캐닝 기술을 적용했던 것 같습니다. 전입 온 장병들을 면담하면서 나름의 등급을 정했습니다. 그리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장병에게는 일부러 자주 접촉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모든 장병을 동일하게 대하지 않고 편애(?)하는 지휘관이었습니다. 못난 자식에게 더 많은 애착이 가듯이….

그런 면에서 예수님은 탁월한 스캐닝 기술을 가지셨던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스캐닝을 통해서 꼭 필요한 은총을 베풀었습니다. 오랫동안 혈루증을 앓아 온 여자를 낫게 하시고, 눈먼 이들의 눈을 열어 주시고, 소외된 세리들과 음식을 나누시고, 모든 사람들이 꺼려하는 나병 환자를 고쳐 주셨습니다.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기 위해 부지런히 스캐닝을 하신 것이지요.

세상이 아름다우려면 소외된 이웃이 없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웃을 향해 끊임없이 스캐닝을 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이연세(요셉)
예비역 육군 대령
동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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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11-0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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