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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배려하는 마음이 행복 비결이죠"

이민의 날에 만난 사람 / 다문화가정 원종인ㆍ조세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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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살면 행복합니다."
원종인ㆍ조세핀씨 부부와 아들 도만(7)군이 환하게 웃고 있다.
딸 세빈(2)양은 엄마 품에 잠들어 있다.
 

   부부는 무척 가난했다. 지난해 겨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를 취재하면서 만난 부부는 경기도 포천과 연천의 경계지역에 있는 황무지에 직접 지은 작은 집에서 살았다. 플라스틱 패널을 이어 붙인 30㎡ 남짓한 집은 난방과 수도 시설도 없었다.

 필리핀에서 온 아내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그는 "남편이 나를 많이 사랑해주고, 하느님께서 예쁜 아들과 딸을 주셨는데 힘들 게 없다"며 행복하다고 했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마냥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민의 날(28일)을 앞두고 원종인(48)ㆍ조세핀(26)씨 부부를 다시 찾았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두 사람이 가난 속에서도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 궁금해서다. 부부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만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2006년 결혼한 부부는 지난 7년 동안 언성을 높인 적이 없다고 했다.

 결혼중개업체 소개로 2006년 필리핀을 찾은 원씨는 조세핀씨를 보고 `이 사람이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세핀씨도 원씨의 자상함이 마음에 들었다. 두 사람은 곧 결혼했다.

 원씨는 낯선 환경에서 힘들어하는 아내를 늘 먼저 챙겼다. 짧은 영어와 손짓, 발짓으로 어떻게 해서든 대화를 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시계와 거울 등 집에 있는 물건을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가며 이름을 알려줬다. 조세핀씨도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했다. 드라마는 좋은 선생님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사극과 현대극을 가리지 않고 챙겨보며 한국어를 익혔다. 지금도 드라마를 많이 본다는 조세핀씨는 "요즘 방송하는 드라마 중에는 `오자룡이 간다`와 `백년의 유산`이 가장 재밌다"고 알려줬다. 열심히 공부한 결과 2~3년 만에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시어머니가 음식을 만들 때면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그대로 따라했다. 갖가지 밑반찬부터 찌개까지 못 만드는 음식이 없다. 김치도 담글 줄 안다. 원씨는 "아내 음식 솜씨가 정말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행복하게 살던 부부에게 2009년 큰 위기가 닥쳤다. 원씨 형이 사업을 하다가 빚을 져서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원씨 부부도 모든 것을 잃고 3살 난 아들과 함께 거리로 쫓겨났다. 그때부터 플라스틱 패널 집 생활이 시작됐다.

 설상가상으로 원씨 건강에 이상이 왔다.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허리가 아팠다. 하지만 조세핀씨는 남편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일자리를 구해서 돈을 벌어 올테니 걱정 말라"며 남편을 위로했다.

 결혼이주여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다문화가정이 26만 가구에 이르고 있다. 언어ㆍ문화 차이로 갈등을 빚는 가정도 많다.

 조세핀씨는 결혼 이주여성들에게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서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힘들어도 끝까지 참고 살라"고 당부했다.

 부부는 지난 2월 본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를 통해 2000만 원이 넘는 성금을 받았다. 아직 집을 구하지는 못했다. 원씨는 "정말 소중한 돈이라 선뜻 쓰기가 겁이 난다"면서 "좋은 집을 구해 어머니를 모시고 살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성당이 너무 멀어 한 동안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조세핀씨는 "성당과 가까운 곳에 집을 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원씨는 "어디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조세핀씨는 "남편이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해서 서운한 적이 있었다"며 "기념일을 잘 기억해주고, 가끔은 외식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씨는 멋쩍은 표정으로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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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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