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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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과부의 헌금

폐지 모아 성전건축기금 봉헌 / 간암수술 앞두고 성금 기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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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을 예물로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다"(루카 21, 3-4).



 
▲ "건축헌금 봉헌을 망설이는 신축 본당 신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에 취재에 응했지만, 신문에 얼굴 나갈 만한 일이 아니다"며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노부부. 결국 집으로 향하는 뒷모습을 찍었다.
 

   폐지 모아 성전건축기금 봉헌한 이재철ㆍ김정숙 노부부

   "다른 신자들도 다 하는 일을 한 건데 무슨 취재를 해요."

 서울 송천동본당(주임 이찬일 신부) 신자 김정숙(유스티나, 74) 할머니는 "주님의 집을 짓는 데 정성을 보탠 일이 신문에 날 일이냐"며 기자를 나무랐다. 김 할머니와 남편 이재철(요한, 83) 할아버지는 지난달 봉헌식을 가진 성전 건축기금으로 100만 원을 봉헌했다. 노부부가 거리에서 밤낮으로 폐지를 모아 마련한 돈이다.

 부부가 폐지를 줍기 시작한 것은 자녀들의 사업실패로 모든 것을 잃으면서다. 부부는 생계를 위해 재활용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김 할머니는 "서울의 한 대학에서 청소일을 30년 넘게 했지만, 폐지 줍는 일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며 "허리가 아파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픈 허리를 달래며 노부부가 하루 종일 모으는 폐지와 재활용품은 약 100㎏. 폐지는 ㎏당 70원씩 받는데, 다른 재활용품까지 포함해 돈으로 바꾸면 많아야 1만 5000원 정도다. 한 달에 30만 원 넘기기도 쉽지 않다. 이렇게 모든 돈 100만 원을 주님께 봉헌한 것이다.

 김 할머니는 아까운 게 전혀 없다고 했다. 허리가 아프지만 폐지를 모아서 내주는 착한 사람도 많아 힘을 얻는다고 했다. 그저 폐지라도 주울 수 있게 건강을 허락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릴 뿐이라고 했다. 옆에 있던 이 할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 할아버지는 "가난한 시절 밀가루를 준다는 소리에 세례를 받았다"며 "그 시절에야 신앙심이 없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주님께서 늘 옆에 계신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웃었다.

 김 할머니는 바쁜 중에도 짬을 내 본당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부부는 3년 전만 해도 인근 성가복지병원에서 설거지 봉사도 했었다. 이 할아버지는 "꼬박 10년을 봉사했는데 팔순이 넘으면서 정년퇴직(?)했다"며 "지금도 폐지 줍는 일이 아니면 봉사를 다닐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노부부에게는 또 다른 아쉬움이 있다. 사업실패로 형편이 어려운 자녀들이다. 노부부는 "자녀들이 잘 돼서 주님의 집을 짓는 데 정성을 보태는 것이 소망"며 "하루 빨리 재기해 기쁜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성당에서 나온 종이상자 몇 개를 손에 든 부부가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주님께 더 많이 드리지 못해 아쉽다는 말도 남겼다. 노부부는 내일도 주님과 함께하는 기쁨 마음으로 폐지를 주우러 거리를 다닐 것이다.

 


   간암수술 앞두고 성금 기탁한 박태오 할아버지 

 "수술 전에 꼭 성금을 전하고 싶었어요."

 5월 27일 평화신문 편집국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 중구 국립의료원에 입원 중인 박태오(안드레아, 84) 할아버지가 "내일 간암 수술 전에 평화신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5월 26일자)에 소개된 구정환 할머니에게 꼭 성금을 전달하고 싶다"며 "돈을 대신 부쳐줄 사람도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곧바로 병원을 찾은 기자에게 박 할아버지는 "사람 일은 알 수가 없는 거 아니냐"며 봉투부터 내밀었다. 봉투에는 5만 원권 2장이 들어 있었다. 박 할아버지는 "가진 건 없지만 베풀고 나누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없는 돈을 쪼개 1년에 100만 원 정도는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쓰고 있다는 것이다.

 박 할아버지 역시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박 할아버지는 자신을 나라 도움으로 사는, 온몸이 아픈 홀몸노인이라고 소개했다. 뇌경색에 당뇨, 시각장애를 앓고 있으며, 대장암과 간암으로 투병 중이다. 박 할아버지는 "폐가 굳어가고 밥 한술 넘기기가 어려운 게 희망이 없는 것 같다"고 덤덤히 말했다.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기도 잠시, "젊은 시절 사업 실패로 자식들에게 큰 고통만 안겨줬다"며 "더 말하면 뭐하겠냐"고 바쁜데 이만 헤어지자고 했다.

 병원 휴게실에서의 짧은 만남을 끝낸 박 할아버지는 "베풀 줄 모르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지적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려울수록 나눠야 하는데, 사람들이 그걸 깨닫지 못하니 아쉽다"는 말을 남긴 채 병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국립의료원 원목실 관계자는 "몸이 아픈 데가 많아 자주 입원을 하실 때마다 원목실에 찾아오고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박 할아버지는 수술을 마치고 5월 31일 퇴원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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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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