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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와 사랑 운동] 당신의 짐, 이제 나눠 지렵니다

나근길, 우은숙씨 가정/남편이 아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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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이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선뜻 펜을 들지 못합니다. 만날 보는 사람한테 편지를 쓴다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고, 평소 안 써본 편지를 쓰자니 엄두가 나질 않을 것입니다. 다른 이에게 보여줄 것도 아닌데 글솜씨가 없으면 어떻습니까. 진실된 마음은 서툰 글재주를 뛰어 넘습니다.
 다음은 나근길(이레네오,70,인천 송현동본당)씨가 아내 우은숙(아녜스,70)씨에게 보내는 감사와 사랑의 편지입니다.


 당신의 존재를 이제는 알겠습니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철든다고 하더니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 흔한 사랑타령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4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특별히 해준 것 없이 과오만 저지르고, 늘 병약해 조마조마 가슴졸이게 하며 살아온 시간이었습니다. 부모님 모시고 세 동생 데리고 아홉 식구가 북적대면서 동생들 학교 치닥거리며, 결혼까지 책임져야했던, 그 무엇 하나 편하게 해주지 못하고 살아온 나날이었기에 당신에게 용서를 청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내가 큰 질병으로 사경을 헤맬 때 당신은 "부디 삼년만 더 살게 해 달라"고 기도했지요. 삼년이 아니라 그 몇갑절을 지금까지 살고 있군요. 이렇게 크신 주님의 응답을 받으면서도, 이웃을 사랑함이 자신을 사랑하는 길임을 가르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당신은 말했지요. "내 손으로 여섯명의 대학생(어머니 노인대학까지 합쳐)을 키워내고 시집장가 다 보냈다"고. 그랬습니다. 그 무거운 짐을 당신께만 지우며 살아왔습니다. 베풀기보다는 받는 것에 익숙한 나였습니다.

 지금은 바깥 출입을 못하시는 아흔세살의 어머니 모시기를 35년. 출입을 못하시는 어머니를 수발하는 어려움보다는, 누워 계셔도 정신만은 맑은 것에 감사하며 매월 셋째 금요일 환자봉성체가 있는 날이면 교우들 만나보는 것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교우들과 함께 나눌 다과를 준비하는 모습이 고마울 뿐입니다.

 이 상황에 손자 아기를 네살까지 키워 보냈더니 새로 난 둘째까지 또 돌보게 되었습니다. 선택의 여지도 없이, 피해갈 수도 없는 현실에 또 큰 십자가를 당신에게 지우게 되었습니다. 주위에서 이렇게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요즈음 세상에 누가 그러면서 사느냐고, 그건 바보 아니냐"고 말입니다.

 당신은 그것들을 자청해서 감당했습니다. 바보처럼 말이지요. 얼마 전 좋은 모습으로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님은 자신의 일생을 `바보의 삶`이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을 한없이 낮춰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인내하는 바보의 삶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는지요.

 당신의 뼈아픈 고생과 희생을 알기에 그 숱한 어려움을 감당해온 고마움에 늘 감사하며, 감당하고 있는 그 모든 짐을 나누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www. catholic.or.kr)에 `함께해요, 감사와 사랑 운동` 방이 있습니다. 초기화면에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배너를 클릭한 후 `감사 사랑 나누기` 방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곁에 있는 이들과 주고 받은 사랑의 편지나 문자 메시지, 한줄 사연, 사랑을 표현하며 맛보았던 가슴 벅찬 감동을 함께 나눠 주시길 바랍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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