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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밥 굶는 사람 없어야죠

인천 무료급식소 민들레국수집 자원봉사자 최신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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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을 앞두고 평소보다 늘어난 우편물을 배달하다 짬을 내 민들레국수집에 봉사하러온 최신호씨가 밝은 표정으로 설거지를 하고 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둔 9월 26일. 배고픈 사람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인천광역시 동구 화수동 달동네 `민들레국수집`의 하루는 분주하다.
 제때 밥을 챙겨 먹지 못하는 노숙자와 홀몸 노인들이 식탁에 앉아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다.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손님`들은 계속 찾아온다. 좁은 부엌에는 자원봉사자 네 명이 반찬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느라 바쁘다.
 우편집배원 최신호(52)씨는 추석을 앞두고 평소보다 몇 배나 늘어난 우편물을 배달하느라 무척 바쁜 중에도 이곳에 봉사하러 찾아왔다. 그렇지 않아도 하루 배달물량을 다 처리하려면 늦은 밤까지 배달해야 하지만 주방 일이든, 설거지든 부족한 일손을 보태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최씨는 벌써 5년째 매주 주말과 휴일이면 어김없이 민들레국수집에 봉사하러 나온다. 이날도 휴일을 반납한 채 밀린 우편물을 배달하다 잠시 짬을 내 들렀다.
 "어느 날 우편물을 배달하던 중 허름한 옷차림의 노숙자들이 민들레국수집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 것을 봤어요. 반찬 만들 때 보태라고 그날 점심 사먹을 돈으로 계란 두 판을 사다 주면서 인연이 시작됐지요."
 최씨는 지금도 일주일에 하루는 한 끼 점심 값을 아껴 월 2만 원씩 민들레국수집을 후원하고 있다.
 일 년 내내 점심을 제공하는 무료급식소나 복지관도 명절 연휴에는 문을 열지 않는 곳이 많다. 풍성한 추석이지만 거리에서 지내는 노숙자들에게는 오히려 한 끼 해결할 곳을 찾아 헤매는 고통스러운 기간이다. 그래서 민들레국수집은 추석 당일 하루를 제외하고 문을 연다.
 민들레국수집 서영남(베드로) 원장은 "우리도 명절엔 쉬고 싶지만 다른 무료급식소도 쉬는 곳이 많아 추석 연휴에도 문을 열 생각"이라며 "하루 쉴 때도 매일 오는 노숙자 손님과 쪽방 어르신들이 어디서 끼니를 때울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최고참 봉사자 중 한 명인 최씨가 이번 추석 연휴에도 민들레국수집에 봉사하러 나오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루 평균 쌀 한 가마 분량의 밥을 지어 300~400명의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려면 자원봉사자 5~6명이 매달려도 일손이 빠듯하다.
 최씨는 "명절 때만큼은 봉사자들도 고향에 가거나 차례 준비를 해야 하기에 나라도 나오지 않으면 일손이 부족하다"며 "어느 해 명절에는 원장님하고 나, 다른 봉사자 이렇게 셋이서 하루 종일 손님을 맞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따뜻한 밥 한 공기에 행복해 하는 노숙자분들을 보면 뿌듯하다"며 "명절이라고 봉사를 쉴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 원장은 "경기 침체로 다들 힘든 상황이지만 다행히 명절을 앞두고 멀리 지방에서도 택배로 생선이며 고기, 채소가 올라오고, 아침이면 문도 열지 않은 식당 앞에 누가 보냈는지 쌀 포대나 반찬이 놓여있다"고 말했다.

서영호 기자 amotu@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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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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