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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성월에 만난 사람-홀몸 어르신 위해 수의 만든 곽경희씨 가족

어르신께 수의 한 벌 선물할 때마다 천사 한 분이 나셨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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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째 함께 수의를 만들어 홀몸 어르신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곽경희씨와 이성진씨 부부. 백영민 기자
 

   "봉사에 나중은 없어요. 장사 좀 덜하면 어때요? 틈나는 대로 봉사하는 것 뿐이에요."
 서울 불광동에서 30년 가까이 한복집을 운영하는 곽경희(모니카, 49)씨 한복가게는 문이 잠겨 있는 때가 많다.
 "가끔 장사도 안 하고 봉사하고 올 땐 `내가 미쳤구나` 생각해요. 그런데 속으론 `참 잘했다` 하죠. 하하"
 한복집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곽씨 얼굴에 닿는다. 그의 미소를 비추는 가을 햇살이 유독 풍요롭다. 그가 홀몸 어르신들을 위해 수의를 만든 지 4년째. 지금까지 은평구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40~50명 어르신들에게 곱게 짠 수의를 선물했다.
 "어르신께 수의 한 벌을 선물할 때마다 천사 한 분이 나셨다고 생각해요. 이 옷 입으시고, 더 좋은 곳에 사시길 기도 드려요."
 그가 수의를 만들기 시작한 건 2005년. 얼떨결에 본당 신자를 따라 호스피스 봉사를 간 것이 계기였다. 곽씨는 수의가 아닌 담요를 덮은 채 싸늘하게 돌아가신 할아버지시신을 보고 수의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곽씨는 독학으로 삼베 수의 만드는 법을 터득했고 이를 바라보던 가족들도 새벽까지 홀로 재봉질하는 곽씨를 돕기 시작했다. 천이 워낙 거칠어 바느질을 하다보면 손톱이 갈라지는 날이 많았다.
 남편 이성진(알비노, 53)씨는 마름질을, 아들 황재(안토니오, 24)씨와 승재(베드로, 고3)군은 다림질을 도맡았다. 이렇게 곽씨 가족이 제작하는 수의는 한 달에 한 벌. 말이 한 벌이지 복건과 도포, 요, 이불, 베개 등 속옷부터 겉옷까지 20가지나 된다.
 곽씨 친정 식구들은 처음 "왜 하필이면 수의를 만드느냐" "애들 키우며 먹고 살기도 바쁜데…" 하며 의아해 했다. 그러나 함께 수의를 전달하기 위해 동행한 언니와 동생들은 "직접 보니까 참 필요한 일"이라며 수의 만드는 데 동참하기 시작했다. 가족 봉사단은 이렇게 성장했다.
 곽씨는 봉사를 전염병이라고 말한다. 봉사의 기쁨을 맛 본 이들은 바로 봉사를 실천하기 때문이다. 그는 수의 봉사 뿐 아니라 미혼모들에게 배냇저고리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달마다 가족과 함께 거리청소도 한다. 2007년에는 은평구 자원봉사상을, 최근에는 은평사랑여성상을 받았다.
 하루 24시간 중 평균 5시간은 기꺼이 내놓는 그는 "다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와서 봉사하냐고 묻지만, 사실 나도 약한 여자"라며 수줍게 웃었다.
 위령성월을 맞아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밝은 대답이 돌아왔다.
 "죽음을 슬프다고 생각하면 저는 슬픈 옷을 만든다는 거잖아요. 수의를 만들기 전에는 죽음이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하느님 품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이야말로 기쁜 일 아닌가요?"
 그는 "봉사가 결코 어려운 게 아니다"며 "하느님이 주신 탈렌트의 1만 나눠도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고 봉사를 권유했다. "오히려 몇 배로 돌려받는다"며 "나눠본 사람만이 안다"고 강조했다.
 옆에서 조용히 웃음 짓던 남편 이성진씨는 "우리가 봉사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수의를 받으시는 어르신들의 행복한 표정에 있다"며 "그 웃음에서 힘을 얻고, 마음의 평화도 절로 얻는다"고 귀띔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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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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