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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와 사랑] 절망의 순간, 순간 기도로 이겨

발달장애 쌍둥이 형제 신앙으로 길러낸 유계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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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오늘 저녁은 갈비야?" 쌍둥이 동생 유진(왼쪽 두번째)씨가 저녁 메뉴를 물어보자 온가족이 웃음을 터뜨린다.
왼쪽부터 아버지 오철규씨, 동생 유진씨, 어머니 유계희씨, 형 운진씨.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저를 데려가시려거든 쌍둥이의 장애를 치유해 주세요. 그게 아니라면 아이들 장가갈 때까지만이라도 살려 주십시오."

 1998년 대장암 3기 판정을 받고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유계희(아가타, 청주교구 모충동본당)씨는 병상에서 눈물로 기도를 올렸다. 발달장애를 가진 오운진(당시 16살, 알폰소)ㆍ유진(에우제비오) 쌍둥이 형제를 키우는 상황에서 받은 암 선고는 청천벽력이나 다름 없었다.

 애끓는 모정에 주님도 감동한 것일까. 유씨는 성공적인 수술과 항암치료에 힘입어 3년 전 완치 판정을 받았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쌍둥이 형제는 어느새 20대 중반의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동생 유진씨는 천재성을 보이는 피아니스트로 자라 대전 배재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지금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 수학에 특별한 재능을 보인 형 운진씨는 모교인 청주 성신학교에서 차량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다. 더욱이 쌍둥이 형제의 신앙심은 유씨와 남편 오철규(토마스 데 아퀴노)씨보다 더 독실해 부모의 신앙생활을 압도(?)한다고.

 발달장애 3급인 쌍둥이 형제가 이처럼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한 데는 부모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

 "두 돌이 지나도록 아이들 말문이 안 트여서 의사 선생님께 여쭤봤더니 정신과에 데려가 보라고 하더군요. 그때는 자폐가 뭔지도 몰랐어요. 그냥 치료하면 낫는 병인 줄만 알았지요."

 유씨는 그 길로 아이들 손을 잡고 특수학교를 찾아다녔다. 네 식구가 단칸방에 살던 시절이었다. 남편은 택시운전을 하는 터라 살림이 늘 쪼들렸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아이들 자폐 증상은 더 심해졌다. 5살이 될 때까지 말을 못하고, 사회성이 없어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다.

 구원의 빛은 생각치도 않았던 곳에서 비춰왔다. 자폐증세가 더 심한 동생 유진이 4살 때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연주곡 `디셈버`를 한 번 듣고 반주까지 정확히 연주했다. 마침 단칸방에는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될까 해서 들여놓은 중고 피아노가 있었다. 유진은 자폐아 중에서 특정 분야에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소위 `서번트 신드롬(servant syndrome)`의 한 명이었다.

 그때부터 유씨는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화성학, 작곡 공부도 가르치고 트럼펫 같은 관악기까지 가르쳤다. 각종 장애인 음악경연대회에도 참가해 큰 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유씨는 "절망하는 순간에 하느님께서 아이들에게 특별한 재능을 주신 것을 알았다"며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신앙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밝게 자라지 못했을 거에요. 아이들이 성당 활동을 하면서 부쩍 밝아졌어요. 저희 부부 몫까지 아이들이 열심히 기도한 덕에 이렇게 행복하게 됐나봐요."

 쌍둥이 형제는 매일 새벽미사에 함께 참례한다. 동생 유진씨는 본당 청년성가대에서 반주를 도맡아 하고 있다. 집에 돌아오면 영어성경 쓰기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형 운진씨는 본당 레지오 단원으로 활동하며 열심히 기도를 한다.

  "아이들이 세상에서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기 바라며 열심히 기도했어요. 다행히 아이들도 잘 따라줬구요."

 쌍둥이 형제는 인터뷰를 마친 유씨를 향해 "엄마, 걱정말라니까!"라며 달려들어 웃어 보였다. 그 순간 유씨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였다.
이서연 기자 kitty@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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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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