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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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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레시오의 집은 내게 낯선 곳이 아니다. 10년 전 신학생 시절 겨울방학 때 한달여 동안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랑인 시설에서 성인 정신지체 시설로 바뀌면서 일부 가족의 이동이 있었지만 3분의 2는 봉사활동 때에 알던 가족들이다. 단지 10년 세월에서 훌쩍 커버린 덩치나 노쇠함이 더 했을 뿐 옛 모습은 그대로다.

 겉모습의 변화는 미미하지만 생활 모습의 변화는 적지 않았다. 10년이라는 세월은 단순히 육체적 성장만 가져온 것이 아니다. 전혀 변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던 이들에게도 재활 프로그램과 직원들의 보살핌 속에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많은 가족들이 좋아졌지만 그중 영농작업을 위한 프리그룹홈인 소망이네 가족들 변화는 역력하다. 수용시설을 탈피해 직원과 가족이 작은 단위의 독립된 가정을 꾸며 살아가는 그룹홈 자체가 주는 장점에 더하여 노동이라는 신성한 일을 통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완전히 독립된 그룹홈이 아니라 시설을 오가며 식사를 해야 하는 소망이네 가족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혹은 혼자 시설에서 도보로 10분여 거리의 그룹홈까지 틀림없이 찾아가는 모습이란 예전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중 성격이 명랑하고 뉴스나 드라마 인물들은 물론 미사를 거행하는 사제 모습까지도 그럴듯하게 흉내를 잘 내어 자칭타칭 장 신부 라 불리는 장석철(대건 안드레아 30세)씨의 변화도 놀랍다. 다양한 레퍼토리로 사람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기는 하지만 일하는 데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던 인물이다.

 영농 그룹홈에 속해있어 매일 허브농장에 가지만 일보다는 혼자 중얼거리며 깔깔대거나 봉사자들에게 말을 걸며 자신의 재능을 뽐내는 것으로 소일을 하던 석철씨에게 얼마 전부터 큰 변화가 있었다.

 어느날 그렇게 일하기를 싫어하던 그가 뙤약볕 아래에서 허브하우스 주변과 밭의 풀을 뽑는 것이었다. 얼마하고 말겠거니 생각했는데 어제는 장맛비를 흠뻑 맞고 하우스로 들어온 그에게 이유를 물으니 그 장맛비에도 풀을 뽑고 왔다는 것이다. 감기나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다음부턴 비오는 날은 쉬라고 주의를 주었지만 자기 적성에 꼭 맞는 일을 찾은 석철씨가 대견스럽다. 사랑으로 기다려주고 보살펴주는 이들 덕분에 우리 가족들은 비록 더디지만 한뼘 한뼘씩 몸과 마음이 자란 것이다.
이동훈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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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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