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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사람을 살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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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 오염물질이 유입되어 작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다. 물고기들은 흰 배를 하늘로 하고 둥둥 떠다녔고 일부는 벌써 개울 가장자리에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그런데 물 속을 유심히 살펴보니 개구리들은 아직 죽지 않고 가벼운 몸짓은 아니었지만 폴짝거리며 물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생태계 파괴는 약한 존재들에게 먼저 치명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인간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환경오염에 노출되었을 때 어린이 노약자 여성들과 가난한 자들이 먼저 피해를 보게 된다. 석면 먼지가 떠다니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대개가 사회적 약자들이다. 위험천만한 핵발전소와 핵폐기장 부지는 소수의 약자들이 사는 시골마을이 선정된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면서 이익을 보는 업주들 전기를 사용하여 보다 큰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기득권자들이라고 한다면 그로 인해 피해를 가장 먼저 가장 많이 입게 되는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익과 손해의 분배가 고르지 못하니 이는 정의롭지 못한 모습이다. 환경문제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장애를 얻고 자신의 힘으로 그것을 극복할 능력도 없는 장애인들은 더욱이 장애의 원인이 환경오염 탓이라고 한다면 환경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살레시오의 집 직원들과 가족들은 허브와 상황버섯 뿐 아니라 채소와 잡곡들도 열심히 재배하고 있다. 물론 100 무농약 유기농법이다. 환경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그들을 농약과 비료에 노출되게 하는 것은 그들을 두 번 죽이는 것(?) 이기 때문이다.

 제천의 한 환경단체 회원들이 생태농장을 운영하고 싶다고 해서 우리 시설의 밭을 이용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단순히 밭에서 생산하는 작물들에게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들과 자매결연을 맺어 함께 일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잘 움직이려고 하지 않고 실내에서만 지내기 일쑤인 가족들이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려 일하는 것은 노동을 통한 육체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통합과 심리적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가족들과 함께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일 그보다 더 좋은 봉사활동은 없다. 땅을 살리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인간(장애 비장애인)을 살리는 일보다 더 큰 봉사활동은 없다. 환경운동을 배부른 자들의 소일거리쯤으로 폄하하려는 진보적 운동가들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동훈(원주교구 살레시오의 집 원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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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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