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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본당 사순특강(1) - ‘생명나무에 오르는 친구들’

강명옥 수녀(원죄없으신 마리아 교육선교수녀회, 자오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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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옥 수녀



가톨릭평화신문은 이번 호부터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본당 사순 특강을 3회 연재한다. 특강 게재 순서는 △18일 자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까지’(양승국 신부) △25일 자 ‘기대하지 말고, 희망하라’(이건욱 신부)다.



매년 6만여 명의 청소년 친구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 밖으로 나온다. 이들에게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학교 밖 위기 청소년’이라는 이름표가 붙는다. 이 친구 중 위기를 원한 친구는 아무도 없다. 그저 위기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을 ‘가출청소년’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친구들 대부분은 집이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 가출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 탈출한 것이다. 이 친구들은 나쁜 친구들이 아니라 아픈 친구들이었다.

2014년 10월 자오나(‘자’캐오가 ‘오’른 ‘나’무)학교가 문을 열었다. 25년간 운영한 여대생 기숙사를 문 닫고 그 자리에 마련한 자오나학교는 청소녀 양육 미혼모와 학교 밖 위기 청소년들을 돕는다. 자오나학교는 이들이 세상을 만나도록 돕는 나무 같은 존재다. 예수님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자캐오가 올랐던 그 나무처럼 말이다.

이들은 출산하고도 어려움에 부딪힌다. 생명을 선택한 것인데도 아무도 잘했다고 하지 않는다. 옳은 선택을 하고도 그 선택에 대해 모두가 잘못했다고 하니, 이들은 죄책감을 느낀다. 양육은 이들의 아기뿐만 아니라 이 친구들에게 먼저 필요했다. 1년 이상 쉼터를 떠돌던 친구들은 노숙 생활이 몸에 배어 씻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다. 시간표대로 짜인 생활이 이들에겐 너무 피곤한 일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생활 리듬을 찾게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이 친구들은 삶이 안정되자 유순해졌다. 처음엔 자기 것만 챙기던 이들이 서로를 배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오나학교에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수업을 한다. 오전에는 주로 검정고시를 위한 교과목을, 오후에는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한 활동 수업을 한다. 자오나학교는 친구들이 자립훈련을 하도록 지난해 5월 정릉시장에 작업장형 플라워 카페 ‘엘브로떼’를 열었다. 엘브로떼는 스페인어로 ‘새싹’이라는 뜻이다. 자오나학교 친구들이 자립해 새싹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지은 이름이다.

친구들은 엘브로떼를 통해 경제활동과 서비스 활동, 직업 훈련 등을 배운다. 또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세상과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노동을 통해 정당한 대가를 받는 기쁨을 맛본다.

어느 날 카페에서 일하는 한 친구가 편지를 보내왔다. 자오나학교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앞으로도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스무 살이 되면 자오나학교에 기부금을 내겠다는 그 약속도 지켰다. 기부금을 가지고 학교에 찾아온 것이다.

자오나학교 학생들의 현재 삶을 보면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사랑을 느끼며 우정을 나누고, 서로를 배려하고 아기를 키우며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다.

그들은 삶을 버리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아프고 두렵다는 이유로 피하지도 않았다. 지금은 우리가 이들을 돕지만, 나중엔 이들이 우릴 도울 것이다. 이 친구들은 생명의 나무와 같은 자오나학교에서 세상을 만나고, 자기들을 아프게 했던 어른들보다 자기들을 도우려는 좋은 어른이 세상에 더 많다는 것을 배우며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다.

정리=전은지 기자 eunz@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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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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