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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세 할머니, 하느님 자녀로 ‘새 삶’

서울 쌍문동본당 박석란 할머니 영세, 신자들 축하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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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란(가운데) 할머니가 7월 19일 세례 성사를 마치고 가족들과 문세영 부주임 신부와 본당 수녀들이 함께한 가운데 기념 촬영을 하며 기뻐하고 있다. 태연순씨 제공

 

박석란 할머니

 

 


“감사합니다, 성모 마리아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박석란(마리아, 서울대교구 쌍문동본당) 할머니는 휠체어에 몸을 기댄 채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로 기도했다. 한국 나이로 올해 109세. 한 세기 이상을 살고서야 비로소 주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 깊은 감사의 표현이었다.

박 할머니는 지난 7월 19일 자택에서 세례성사를 받았다. 서울 쌍문동본당(주임 이승훈 신부)이 혼자 거동하기 힘든 할머니의 몸 상태를 고려해 특별히 집에서 세례성사를 베풀기로 한 것이다. 뒤늦게나마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온 할머니를 위한 본당의 배려였다. 100세가 훌쩍 넘는 최고령 어르신의 특별한 세례성사에 본당 신자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이날 세례성사를 집전한 본당 부주임 문세영 신부는 “이렇게 고령이신 분에게 세례성사를 베푼 것은 처음”이라면서 “할머니의 세례 소식을 듣고 많은 본당 교우들이 찾아와 잔칫집 같은 분위기 속에서 성사가 거행됐다”고 말했다. 세례성사 후 할머니 곁에는 선물로 받은 수십 송이 꽃들로 꽃밭을 이뤘다.

할머니가 세례를 받은 데에는 자녀들의 공이 컸다. 함께 사는 둘째 딸 태연순(크레젠시아, 72, 서울 쌍문동본당)씨는 “계성여고를 다니던 시절, 어머니께서 학교를 찾아오시면 명동대성당을 보며 감탄하시는 등 천주교에 관심을 보이셨지만, 딸만 해도 넷이나 되는 대가족을 돌보시느라 세례를 받을 기회가 없었다”면서 “최근에도 가톨릭평화방송 TV를 보시면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물어보시며 관심을 이어오셨고, 얼마 전 아버지의 위령 미사를 성당에서 하는 김에 드디어 영세를 받으실 기회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 본당 주임 신부님과 상의해 주님 은총 속에 세례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할머니는 세례 전 따로 교리교육을 받지는 못했다. 고령으로 거동도 불편하고 듣고 말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다만 가족들은 할머니가 평생을 걸쳐 세례를 받으실 준비를 해오신 것 같다고 증언했다. 태연순씨는 “어머니께서는 기회가 될 때마다 강생구속(降生救贖) 등과 같은 천주교 교리에 관해 물어보셨다”면서 “이렇게 질문하고 답을 들으시며 강생, 삼위일체와 같은 중요한 교리 내용을 배우셨으니, 사실상 평생 교리교육을 받아오신 것과 다름없다”고 전했다.

세례성사를 집전했던 문 신부 역시 가족들의 증언처럼 할머니가 오랫동안 세례를 받을 준비를 해오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문 신부는 “할머니께서 말씀은 잘 못하시지만, 세례를 받는 내내 밝은 표정으로 임하셨다”면서 “성사 후 익숙하게 성체를 모시는 할머니의 모습은 오랫동안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자 준비해오신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먼저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오던 딸들은 할머니의 세례가 “선물 같은 일”이라며 기뻐했다. 태연순씨는 “어머니께서 고령이시라 대세를 받게 되실까 걱정했지만, 세례를 받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후련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셋째딸 태정순(율리아나, 70, 수원교구 평택본당)씨도 “저희 시어머니께서도 신심이 깊으셔서 돌아가시기 전 저희 어머니를 생각하시며 많이 기도 하셨었다”면서 “이제 같은 신앙을 가진 어머니를 보며 하늘에 계신 시어머니께서도 흐뭇하게 생각하실 것 같다”고 감격해 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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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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