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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57) 교황, 이탈리아 정부 미사 제한 조치에 ‘순명’ 당부 / 존 알렌 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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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산타 마르타의 집 매일 미사를 실시간 중계하면서 전 세계 많은 이들이 격리 시간의 고립 속에서도 교황의 강론을 듣고 가상으로나마 교황의 전례에 참석할 기회가 생긴 것에 고마워해 왔다. 그런데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그 누구보다 감사할 사람은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일 것 같다.

총리가 발표한 봉쇄 완화 계획에 반대하는 가톨릭계에 교황이 ‘신중함과 순명’을 당부함으로써 총리에게 간절했던 호의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지켜볼 일은, 그러한 발언이 사목적 확신인 동시에 정치적으로도 영리한 전략이었는가이다. 실제로 총리는 교황에게 빚을 진 셈이 됐고, 이탈리아 주교들은 정부와 협상을 할 수 있게 됐다.

이탈리아에서는 두 달간의 봉쇄령 이후 점진적 재개를 의미하는 ‘제2국면’ 계획이 발표됐다. 이 계획은 소규모 장례 미사는 허용했지만, 공공 미사 재개에 관한 규정은 없어서 이탈리아 전역에서 역풍을 일으켰다. 이탈리아 주교회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와 장갑 착용 등의 방역 조치를 통해 미사를 재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거듭 호소해 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과학기술부는 현재로서는 미사 재개로 인한 사람들의 이동과 교회 안 접촉의 위험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상황을 지켜보다가 5월 25일 이후에야 이 문제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그러한 결정에 대해 이탈리아 주교회의는 “이탈리아 주교들은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다”며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일례로, 아스콜리 피체노 교구의 조반니 데르콜레 주교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것은 기본 자유 가운데 하나인 종교예식에 대한 접근을 가로막는 독재”라고 비판했다.

그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개입한다.

“격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계획들이 시작되고 있는 이 시기에,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다시 돌아오지 않도록 주님께서 당신 백성인 우리 모두에게 그러한 계획들에 대한 순명과 신중함의 은총을 주시기를 기도합시다.”

교황의 발언이 있기 전, 많은 이탈리아 주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들의 반발을 지지해 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바티칸 뉴스에는 ‘이탈리아 주교들, 정부 결정에 반발’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고, 공식 대변인은 이탈리아 주교회의의 선언문이 교황청 국무원의 승인을 받아 발표된다는 뉴스 기사들을 부인하지 않았다.

더구나 로마교구 대리구장 안젤로 데 도나티스 추기경이 3월 중순 로마 내 모든 성당의 폐쇄를 발표한 다음 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극단적 조치가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고 그날 오후에는 교황청 자선소장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이 자신의 명의 교회인 로마의 산타 마리아 임마콜라타 성당의 문을 열어 행정 명령을 공공연히 위반했던 것을 모든 이는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시간 만에 데 도나티스 추기경은 한발 물러서서, 사적 기도를 위해서는 교회 문을 열 수 있다고 정정했다.

그러나 이번에 교황은 비판 물결에 동참하는 대신 콘테 총리의 제2국면 계획이 가톨릭의 반대 때문에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보장해 주었다.

교황은 자신의 발언이 이탈리아 주교들에게 양보하라고 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을 알았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언론 보도들은 곧바로 ‘교황, 주교들에게 제동 걸다’라고 요란을 떨었고, 좀 더 완곡한 기사도 교황은 ‘가톨릭계와 주교들이 다시 침착해지기를 바라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주교단의 단체성을 소중히 여기는 교황이 언론에 그렇게 비치는 것까지 감수하려 했다는 것은, 뭔가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분명, 교황의 가장 큰 우려는 새로운 감염 파동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일을 교회가 함으로써 사람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회 문을 다시 여는 것과 관련한 이탈리아 상황은 복잡하다. 이탈리아에는 비좁은 공간에서 사람들을 통제할 여건이 안 되는 작은 본당들과 경당들도 많다. 사목자로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위험한 일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교황이 총리에게 ‘제2국면’ 계획이 굴러갈 수 있도록 숨통을 트여주었다는 면에서 이 발언에는 정치적 의미도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교황은 정부가 공공 미사 재개에 관한 계획을 곧 발표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알고 있다.(이탈리아에서는 5월 18일부터 미사가 재개된다.) 아마도 지금 콘테 총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호의에 보답할 길을 찾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을 것이다.



존 알렌 주니어(크럭스 편집장)
교황청과 가톨릭교회 소식을 전하는 크럭스(Crux) 편집장이다. 교황청과 교회에 관한 베테랑 기자로, 그동안 9권의 책을 냈다. NCR의 바티칸 특파원으로 16년 동안 활동했으며 보스턴글로브와 뉴욕 타임스, CNN, NPR, 더 태블릿 등에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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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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