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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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66) 「모든 형제자매들」이 돼야 한다 / 로버트 미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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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시시의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류 형제애에 관한 새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가칭)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황은 10월 3일 아시시를 방문해 새 회칙에 서명할 예정이다. 새 회칙에 서명하는 다음 날인 10월 4일은 바로 프란치스코 성인 축일이다.

교황청 공보실은 새 회칙이 ‘형제애와 사회적 우정’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새 회칙이 언제쯤 여러 언어로 번역돼 발표될 것이라는 소식은 없다. 하지만 번역자들이 재빠르고 질서정연하게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새 회칙 발표는 교회가 자신의 발등을 찍는 격이 될 수 있다. ‘바티칸 뉴스’에 따르면, 새 회칙의 영어판 제목은 「모든 형제들」(All Brothers)이다. 성평등 언어에 민감한 이들 사이에서 이 제목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자명하다. 이 제목을 고집한다면 교회 안에서 여성을 더욱 고립시키고, 교회는 가부장적이라는 것을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

사실 새 회칙 제목은 쉽게 고칠 수 있다. 회칙을 ‘모든 형제자매들’(Fratelli e sorelle tutti)로 시작하면 된다. ‘모든 형제자매들’ 혹은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입니다’로 시작하는 것이 타당하다. 교황 문헌의 제목은 대게 라틴어로 돼 있는 문서 첫 두 단어로 정한다. Evangelii gaudium으로 시작하는 「복음의 기쁨」을 예로 들 수 있다.

교황청 공보실은 새 회칙 「모든 형제들」(가칭) 첫 부분은 13세기 프란치스코 성인이 쓴 문헌에서 가져온 것으로 고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말도 안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에서 교회가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런 오랜 관습을 깰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교회는 끊임없이 식별하며, 일부 관습들이 복음의 핵심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어떤 관습은 비록 오랜 역사적 뿌리를 두고 있음에도 이제는 예전과 똑같이 이해되지 않으며, 그 메시지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도 않습니다. 일부 관습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복음을 전하는 수단이 되지 못합니다. 우리는 두려움 없이 이러한 것들을 재고하여야 합니다.”(「복음의 기쁨」 43항)

1990년대 교황청은 교회 문헌에서 성평등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표시했지만, 당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전통적으로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Cari fratelli)이라고 시작하던 인사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Cari fratelli e sorelle)으로 바꿔 사용했다. 교황들은 선출 직후 군중을 향해 전하는 인사에서 ‘아들’(figli)이라는 말을 썼는데, 예전에는 이 말이 여성을 포함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언어 또한 바뀌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78년 10월 16일 교황 선출 직후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서 나타나 광장에서 환호하던 군중들을 향해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Carissimi fratelli e sorelle)이라고 인사했다. 벌써 42년 전 일이다. 이후 교황들은 이렇게 상식적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성평등 언어라는 것이 라틴계 언어권보다는 영어권에서 더 큰 이슈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도 성평등 언어에 대한 민감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성 중심 언어가 불필요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실망스럽다. 교황이 남아메리카 출신 고령 성직자이고, 성평등 언어가 전혀 이슈가 되지 않는 세대와 문화에서 살았던 것을 차치하고서도 말이다.

그럼에도 교황은 「복음의 기쁨」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저는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선교 선택’을 꿈꿉니다. 교회의 관습과 행동 양식, 시간과 일정, 언어와 모든 교회 구조가 자기 보전보다는 오늘날 세계의 복음화를 위한 적절한 경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27항) 더 나아가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자들이 완전한 정통 교리의 언어를 듣게 된다면, 그들이 사용하고 이해하는 언어와는 다르기 때문에,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복음과 부합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받아들이게 됩니다.”(41항)

교회 안 전통주의자와 성직주의자, 보수주의자들은 정통 교리를 수호한다는 그릇된 열정으로 성평등 언어를 고의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망상에 빠진 이들은 성평등 언어를 급진 여성주의자와 동성애 옹호자들이 교회를 전복시키려는 음모로 보고 있다.

이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우리는 더 이상 13세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새 회칙 제목은 이렇게 단순한 문제다.

새 회칙 제목이 계속해서 이 회칙이 전하는 주요 메시지를 흐리거나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퍼뜨린다면, 할 일은 단 한 가지다. 바로 제목을 바꾸는 것이다. 이는 “모든 사람이 「복음의 기쁨」의 방향 제시를 두려움 없이 받아들여 기꺼이 또 용기 있게 적용한”(33항 참조) 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로버트 미켄스(라 크루아 인터내셔널 편집장)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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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9-2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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