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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돌봄에 지치는 청년들…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어요’

전문가, 가족돌봄청년 18~29만 추산문제 인식 부족, 지원도 걸음마 단계정부의 정책 보완과 교회 관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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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등학교 1학년인 수지(가명)는 뇌졸증을 앓는 팔순의 할머니와 대장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혼자서 돌보고 있다. 수지는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다"며 "할머니와 아버지를 돌보는 것, 꿈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 어느 하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수지가 휠체어에 탄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사)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우리 사회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에 대한 관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2021년 대구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홀로 돌보던 20대 청년이 끝내 돌봄을 포기하고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비극이 많은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한 바 있다. 당시 청년은 식량마저 끊기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도 주변의 가족돌봄청년들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처음 이와 관련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관련 대책을 내놓고, 각종 후원 단체도 가족돌봄청년에 관심을 기울이며 모금과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을 향한 실질적 지원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가족돌봄청년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넘어 ‘돌봄의 사회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의 가족돌봄청년 수는 추정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4월 발표한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에서도 응답에 참여한 13세~34세 4만 3832명 중 810명만이 가족돌봄청년으로 확인됐다. 스스로가 가족돌봄청년에 해당하는지 인식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알리기 꺼리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국가들의 조사 결과들을 참고해보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세대 전체 인구의 5~8가 가족돌봄청년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비율을 산술적으로 적용하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11세~18세 중 가족돌봄청년은 18만 4000명~29만 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20·30대 초반 청년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을 수 있다. 여기에 고령화, 이혼율 증가, 저출산으로 인한 돌봄과 부양 부담 증가로 앞으로 가족돌봄청년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측된다.

(사)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하 재단)은 지난해 7월 ‘가족돌봄청년의 경험에 대한 맥락-패턴 분석’ 보고서에서 “아동, 청소년, 청년이 불가피한 상황에 의해 돌봄 제공자의 역할을 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우리 관심은 미미하다”며 “이들은 돌봄을 제공하는 주체가 됨으로써 발달과 성장단계에서 다양한 부담이 가중되고, 존재도 잘 드러나지 않아 숨겨진 집단으로 지칭된다”고 설명했다. 그간 우리 사회는 돌봄 제공자보다 돌봄 대상자에게 더 많은 관심이 쏠려 있었던 데다, 지역사회 또한 가족돌봄청년에 대해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가족돌봄청년이 잘 발견되지 않는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재단은 “가족돌봄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돌봄서비스 제공, 심리적·경제적 지원, 지자체별 지원 조례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돌봄청년이 정보와 정책, 제도를 쉽고 편리하게 접하도록 정책 서비스의 접근성이 높아지도록 해야 한다”며 “잠재적 가족돌봄청년 집단에 대한 사례관리를 통해 취약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미디어뿐만 아니라 다각적인 정책홍보 활동으로 대중의 관심을 높여 이들이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입법조사연구관은 “좋은 사회, 선진 사회는 그 연령대, 그 시기에 누릴 수 있는 것을 마음껏 누리도록 해주는 사회”라며 “서비스와 지원 측면에만 매몰되기 보다 각 시기마다 할 수 있는 활동을 경험하도록 지원하고 돕는 다각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회의 역할도 요청되고 있다. 고려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김윤태 교수는 “숨은 가족돌봄청년들을 위해 종교가 큰 역할을 한다면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정부 정책의 한계와 공백을 교회가 펼치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나눔의 정신으로 채워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바보의나눔 사무총장 우창원 신부는 “지역사회, 교회가 가족돌봄청년들과 연속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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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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