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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베이루트 시 성 안토니에 시약소

난민 치료와 어린이 교육도 병행, 굶주린 아이들에게 점심 주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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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약소에서 환자와 얘기하는 타노우리 수녀.



레바논 베이루트 시 변두리에 있는 성 안토니에 시약소는 밀려드는 난민들 때문에 몇 년째 홍역을 치르고 있다. 레바논은 인구 600만 명 가운데 150만 명(25)이 시리아와 이라크, 팔레스타인에서 넘어온 난민들이다. 세계에서 인구 대비 난민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착한목자수녀회가 운영하는 시약소는 이슬람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관할하는 산비탈 빈민촌 초입에 있다. 헤즈볼라는 한때 미국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맹위를 떨친 테러 조직이었다.

마을 입구에 내걸린 검붉은 색 아랍어 깃발과 총을 든 군인을 보고 움찔하자, 타노우리 수녀는 “예수님이 병자들을 치유해 주실 때 민족과 종교를 물어봤느냐”고 반문한 뒤 시약소 현관 위에 적혀 있는 아랍어 문구를 가리켰다. “종교는 하느님을 위한 것이다. 이 병원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시약소에는 하루 평균 150명이 찾아온다. 전에는 도시 빈민들이 주로 찾아왔으나, 요즘은 시리아 난민이 압도적으로 많다. 타노우리 수녀는 “이라크 난민은 그리스도인, 시리아 난민은 무슬림이 많다”며 “그나마 돈이 있는 난민은 다른 데 가고, 이곳에는 동전 한 푼 없는 사람들이 와서 약을 타 간다”고 말했다.

수녀회는 25년 전 그리스도인과 무슬림의 평화로운 공존을 돕기 위해 빈민촌에 들어왔다. 골목에 방치된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열었다. 여성 직업교육센터도 운영했다. 하지만 시리아 내전 이후 난민들이 몰려와 꼼짝을 못할 지경이다. 학교에 난민 어린이 70명을 입학시켰다. 여성들은 수녀들을 붙잡고 눈물 콧물 쏟으면서 전쟁 중에 입은 내면의 상처를 꺼내 보인다. 신경정신과 의사를 데려와 트라우마 센터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음식도 제공한다. “집에서 애들이 굶고 있다면서 눈물짓는 어머니를 어떻게 빈손으로 돌려보내느냐”고 타노우리 수녀가 말했다. 이어 “시대적 요청을 외면할 수 없다”며 “착한 목자 그리스도께서 오늘 이 마을에 오시면 무슨 일부터 하실까 성찰하면서 일한다”고 말했다.

시약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요구하는 ‘전투가 끝난 뒤의 야전병원’ 같은 교회상이다. 의약품만 외부 지원을 받는다. 나머지는 모두 수녀회와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돕기(ACN) 등이 부담한다. 타노우리 수녀는 “방과 후 난민 아이들에게 점심을 먹여 돌려보내고 싶다”며 “하지만 그럴 여력까지는 없어 도움을 청한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후견인 / 안제이 할렘바 신부 ACN 중동 담당

헤즈볼라 정파도 수녀님들을 신뢰하고 시약소를 보호해 줍니다. 수녀님들은 무슬림과 그리스도인 학생들에게 똑같이 복음적 사랑과 평화를 가르칩니다. 그것이 평화를 건설하는 길입니다. 민족과 종교, 그 어느 것도 차별하지 않으시는 주님의 사랑을 베풀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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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안토니에 시약소에 도움을 주실 독자는 3일부터 9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15)에게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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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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