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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타향살이도 힘겨운데 청력 잃을 위기

베트남 이주노동자 흥씨 5년 전 입국 고막 거의 손상, 제대로 치료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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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씨가 통역사 도티씨 도움으로 안 마리아녜스 수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안 마리아녜스 수녀



“왜 의료보험을 쓸 수 있을 때 병원에 안 갔느냐고 했더니 아픈 사람은 사장님이 싫어한대요. 아프면 더는 일할 수 없으니까 베트남으로 돌아가게 될까 봐 그저 꾹 참고 일 한 거예요.”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흥씨(38)를 보는 안 마리아녜스 수녀(별사랑이주민센터)의 눈에 안타까움이 그득하다. 2013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흥씨는 지난 6월 비자가 만료됐다. 현재 미등록 상태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흥씨는 병원에 가고 싶지만 보험도 없고 형편도 여의치 않아 끙끙 앓고만 있다.

흥씨는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만성중이염으로 고막이 거의 다 손상됐기 때문이다. 흥씨는 10살 때부터 귀에 염증이 심해 고름이 나오고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18살 때부터는 귀가 안 들리기 시작했으나 가정형편도 어렵고 의료시설도 열악해 딱히 치료를 받지 못했다. 싸구려 보청기를 끼고 살다 보니 귀 상태는 나날이 악화됐다. 한국에 온 이후로 귀에서 물과 고름이 나오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날이 많았지만, 진통제만 먹고 참았다. 아픈 게 들키면 사장님이 싫어할까 봐, 일자리를 잃을까 봐 그게 더 무서웠다.

미련하게 일만 한 흥씨에겐 아픈 가정사가 있다. 흥씨의 아버지는 베트남전쟁 고엽제 피해자로 평생을 아팠다. 흥씨의 3남 1녀 형제들도 한 명만 빼고 모두 고엽제 후유증 2세 환자다. 큰 누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막내 남동생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 2세들은 피해 사실을 인정받지 못해 지원도 못 받고 있다. 형제 중 그나마 상태가 나았던 흥씨는 부모님을 도와 고향 마을에서 농사를 짓다가 경제적 책임감을 안고 한국으로 왔다. 아내와 딸도 있었지만 생이별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 와서는 별다른 기술 없이 용접 회사와 페인트 공장 등을 전전했다. 힘쓰는 일을 하며 고되게 번 돈은 차곡차곡 모아 모두 고향으로 보냈다.

최근 흥씨는 별사랑이주민센터 도움으로 부천성모병원에서 제대로 된 이비인후과 진료를 처음 받았다. 흥씨의 귀 상태와 보청기를 본 의료진은 깜짝 놀랐다. 진작 간단한 수술이라도 받았다면 이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을 텐데, 제대로 된 보청기라도 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지금 수술을 받으려면 국제수가를 적용해 최소 150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한쪽 귀 수술을 먼저 하고 청력이 살아나는지 지켜본 뒤 다른 한쪽을 수술하려면 최소 반년 이상이 걸린다. 비자가 만료돼 안정적인 벌이도 없는 데다 생활비 조금만 빼두고 모은 돈은 모두 베트남에 보낸 상태. 흥씨의 하루하루가 힘겹다.

유은재 기자 you@cpbc.co.kr



후견인 : 안 마리아녜스 수녀 / 부천 별사랑이주민센터



외국인 근로자들은 가난에 떠밀려 생존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들입니다. 곁에서 지켜본 흥씨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선한 젊은이입니다. 슬픈 역사 때문에 생긴 고엽제 피해자 가정인 것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지구촌 이웃을 차별과 편견 없이 우리 가족처럼 생각하며 사랑의 손길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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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이주노동자 흥씨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23일부터 29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52)에게 문의 바랍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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