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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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피어나는곳에] “엄마 배고파” 한마디에 무너지는 마음

여섯 아이 키우는 박수진씨 부부일하다 허리 다쳐, 치료도 못 받아당장 아이들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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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진·김한나씨 부부는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청하지 않는다. 아이들하고 떨어지지만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내가 굶는 건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먹지 못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다. “엄마 배고파”라는 그 한마디에 무너졌다. 배고프다는 말이 두려웠다. 포기하고 싶었다. 보육원에 보내면 지금보단 잘 먹을 수 있겠지….

배고픔에 지쳐 잠든 아이를 바라보다가 문득 밀려드는 생각. ‘보육원에서 밥은 주겠지만, 사랑은 누가 주지?’ 슬하에 여섯 아이를 둔 박수진(프란치스코, 35, 인천교구 주안3동본당)씨와 아내 김한나(효주 아녜스, 35)씨의 이야기다.

부부는 10년 전 가정을 꾸렸다. 가난했지만, 성실하면 다 극복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모은 돈으로 지인과 함께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월셋집 보증금까지 투자했다. 하지만 제대로 시작해보지도 못했다. 믿었던 지인이 가게 보증금을 들고 잠적한 것이다. 한순간에 가게도 잃고 전 재산을 잃었다.

아내 배 속에는 둘째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벼랑 끝에 매달리는 심정으로 거제도로 내려갔다. 조선소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다. 하루에 14시간 동안 일만 했다. 그래도 밥은 먹을 수 있었다. 이제 조금 살아보나 했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느 날 25m 높이의 구조물에 올라 작업을 해야 했다. 발을 디뎌야 하는 발판이 빠졌다. 하필 그의 안전고리만 문제가 있었다. 그대로 추락했다. 그물망이 없었다면 아이들의 목소리를 두 번 다시 듣지 못 할 뻔했다. 박씨는 떨어지면서 아내 배 속에 있는 셋째 아이가 떠올랐다. ‘아들 목소리는 들어보고 가야 하는데….’

박씨는 추락사고로 손목과 허리를 다쳤다. 완치하려면 수술을 해야 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수술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했다. 노동자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회사에 부담을 지울 수 있으니 숨기자고 권유했다. 수술을 하면 계속 고용할 수 없다고 압박까지 했다.

박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통원 치료만 했다. 아내에게도 이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치료를 받으면서도 일을 쉬지 않았다.

당시 한 달 동안 일한 시간을 헤아려보니, 380시간이 넘었다. 결국, 손목과 허리가 완전히 고장 나고 말았다.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회사에서는 퇴직을 압박했다. 쫓겨나다시피 나올 수밖에 없었다. 몸이 나으면 일을 나가고 아프면 다시 해고당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들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다. 아내는 남편 몰래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남편 역시 차마 아내에게 말하지 못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왔다.

부부는 잘했다며, 서로 등을 토닥인다. 아내의 소망은 남편이 다시 일터로 나가는 것뿐이다. “남편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만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자립할 수 있어요. 돈이 없는 건 슬프지 않아요. 일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슬퍼요.”


맹현균 기자 maeng@cpbc.co.kr



후견인 : 김재수 신부 / 인천교구 주안3동본당 주임

▲ 김재수 신부



박수진·김한나씨 부부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린 자녀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가족이 떨어지지 않고 한 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이 돼 주시길 바랍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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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김한나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24일부터 30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52)에게 문의 바랍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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