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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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피어나는곳에] 필리핀의 아들과 부모님 생각하면 아프면 안 되는데…

8년 전 입국, 현재는 미등록 노동자...공장 주방에서 일하며 가족들 부양... 심장병 수술해야 하지만 꿈도 못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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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을 멈추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도 마리카씨는 고향에 있는 아들과 부모님 생각에 일을 쉬지 않고 있다.



“아들을 잘 키우고 싶어요. 부모님 치료도 해드리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건강해야 해요.” 고향에 있는 아들과 부모님 이야기를 하는 마리카 상귀요(빈첸시오, 37세)씨 눈에서 한없이 눈물이 흘렀다.

마리카씨는 필리핀 출신 이주 노동자다. 미혼모인 그는 필리핀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며 13살 아들과 부모님을 부양했다. 하지만 생활고를 겪으면서 필리핀에서는 더 이상 아들과 부모님을 부양할 수 없게 됐다. 그는 결국 아들과 부모님을 뒤로 한 채 2012년 여름 한국에 왔다.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한국생활은 낯선 이방인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국에 왔지만, 비자대행업체와 문제가 생겨 비자가 취소됐다. 낯선 땅에서 그를 지켜줄 최소한의 울타리마저 사라졌다. 마리카씨는 그렇게 미등록 이주민이 됐다. 그렇다고 필리핀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자신만 바라보는 아들과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났지만, 다시 힘을 냈다.

마리카씨는 친구가 일하는 공장 주방에서 일했다. 많지 않은 월급이지만 필리핀으로 생활비를 보내고 자신의 생활비도 마련할 만큼 그는 악착같이 살았다. 아니 살아야만 했다. 그런데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고 했던가. 4년 전부터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몸이 피곤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올해 3월부터는 입술색이 보라색으로 변하고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숨 쉬는 것이 힘들었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찾은 라파엘클리닉에서 마리카씨는 승모판막 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몸에 무리가 가면 즉각 심장이 위험 신호를 보낸다. 경피적 경도관 승모판 재건술이라는 시술이 필요하지만, 몸의 상태에 따라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수술을 전제로 시술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큰 병원에서만 가능하다. 시술할 경우 1200만 원, 수술할 경우 4000만 원의 병원비가 필요하다. 미등록 이주민 신분으로 의료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마리카씨에게 수천만 원의 치료비는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는 필리핀에 있는 아들과 부모님 생각에, 또한 자신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일을 쉬지 못하고 있다.

필리핀에 있는 부모도 건강이 좋지 않다. 고혈압에 당뇨를 앓고 있고 당뇨 합병증도 생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태풍으로 인해 집이 파손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마리카씨의 가슴은 타들어 간다.

“병을 이겨내서 좋은 일자리를 찾고 아들을 지원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필리핀에 계신 부모님께도 의사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어눌한 한국말로 호소하는 마리카씨. 눈물을 멈추고 웃음을 찾길 바라며 성탄을 기다리는 그의 마음은 누구보다 간절하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





후견인 / 허석훈 신부 (가톨릭대 성신교정 철학 교수, 라파엘클리닉 지도)
▲ 허석훈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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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카 상귀요씨에게 도움 주실 독자는 20일부터 26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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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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