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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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피어나는곳에] 폐암 4기… 그럼에도 아들이 신부 되는 거 보고 싶어요

동업자 배신으로 빚에 단칸방 생활가족 위해 배달 등 닥치는대로 일해암진단 후 일 못해, 아내는 폐색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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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수씨가 세 아들(하은, 하진, 하랑)과 함께 포옹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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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건 무섭지 않아요. 다만 아쉽죠. 큰아들 하은이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신부님이 되겠다고 했거든요. 동생 하진이도 형 따라 신부님 할 거래요. 이 녀석들 신학교 가는 모습, 수단 입은 모습, 사제품 받는 모습 모두 보고 싶은데….”

김진수(야고보, 51)씨가 양손으로 하은(요한 세례자, 13)ㆍ하진(빈첸시오, 5) 형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올해 10월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처음 가슴이 아팠을 땐 암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그런데 급격히 고통이 심해지고 체중이 줄었다. 유일한 생계수단인 야간배송까지 그만두게 됐다. 제대로 눕지도, 먹지도 못한지도 3개월.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은 그에게 의사가 말했다.

“이미 암세포가 뇌와 뼈, 장기까지 전신에 퍼져 있어요. 항암 치료하면서 1년만 버텨 봅시다. 새로운 치료제가 나올 거예요.”

시한부 선고를 듣고 김씨가 느낀 감정은 ‘미안함’이었다. 제 욕심 때문에 가족에게 고생만 시킨 것 같아 미안했고, 주님이 주신 달란트를 제 욕심만을 위해 쓴 것 같아 죄송했다. 구교우 집안 출신인 그는 뜨거운 신앙심만큼 말재주도 좋았다. 그래서 인천교구에서 교리교사와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했다. 호주에서도 13년 간 강사로 일했다. 아내의 향수병 때문에 고국에 돌아온 김씨는 얼마 안 돼 파국을 맞았다. 동업자가 자본금 4억 원을 몽땅 갖고 사라진 탓이다. 전 재산에 은행과 부모ㆍ친구에게 빌린 돈까지 끌어모은 그였다. 김씨와 그의 부모는 나란히 빚 독촉에 시달리며 단칸방으로 내몰리는 신세가 됐다. 여든을 앞둔 그의 아버지는 노구를 끌고 일하며 지금도 빚을 갚고 있다.

김씨도 1억 원 빚이 있지만 거의 갚지 못했다. 식구들 먹여 살리는 데 급급했다. 학부모 교육 강사로 뛰고 우유 배달에 야간물류센터 분류 작업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러다 교통사고를 당해 만성 허리통증을 얻었다. 아내도 막내 하랑이(대건 안드레아)를 낳은 후 폐색전증에 걸렸다. 마지막에는 폐암이라는 병마가 그를 덮쳤다. 그러나 숱한 고난에도 김씨는 무너지지 않았다. 주님과 가족을 더 이상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몸 상태가 나아지면 다시 일도 하고, 교회 내에서 봉사도 하고 싶다”며 그가 눈을 빛냈다.

요즘 생후 9개월 된 막내 하랑이는 부쩍 ‘아바, 아바’하고 옹알대며 김씨를 찾는다. 마냥 귀엽다가도 금방 가슴이 아리다. 내가 떠나면 이 아이는 어찌하나. “매일 아침 눈 뜨면 아이들과 하루를 더 보낼 수 있다는 데 감사해요. 목숨 다하는 날까지 아빠 노릇 해야죠. 세 아들 모두 사제가 된 모습을 꿈꾸면서 꼭 버틸 겁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후견인 : 원영훈 신부(서울성모병원 영성부장)

[그림2]]


김진수 야고보 형제님은 폐암 말기라는 선고보다 자녀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사실에 큰 슬픔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제의 꿈을 키우며 아빠를 위해 기도하는 자녀들과 함께 어두운 길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많은 기도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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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27일부터 1월 2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



▲ 원영훈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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