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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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피어나는곳에] 딸바보 아빠, 당뇨합병증에 생계마저 힘들어

아내와 이혼 후 딸 하나 홀로 키워40kg 남짓 가냘픈 몸으로 퀵 배송 월 40만 원 수입에 치료는 언감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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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우씨는 딸 아이와 수다를 떨 때 가장 행복하고 잠든 딸의 모습을 볼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최씨가 딸이 공부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운수 좋은 날이다. 삼겹살이 든 비닐 봉투를 손에 든 최광우(46)씨의 발걸음이 가볍다. 최씨는 “지인의 물건을 팔아주고 받은 수수료로 고기를 샀다”며 “딸(11)에게 고기를 구워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최씨가 다세대 주택의 반지하 방으로 들어서자 딸이 함박웃음으로 아빠를 반긴다.

딸 바보로 소문난 최씨는 퀵 서비스 기사다. 몸무게가 40㎏ 조금 넘는 그에게는 하루 반나절 일도 힘에 부친다. 한 달에 40만 원 벌기도 쉽지 않고 월세 11만 원을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다.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이 손상됐고 치아도 다섯 개만 남았다. 신경 계통의 이상으로 자다가도 경기를 일으키고 척추 디스크로 움직일 때면 고통이 밀려온다. 그래도 딸을 위해 웃음을 잃지 않는다. 불안해하는 모습을 딸에게 보일 수 없다.

최씨에게 시련이 찾아온 건 7년 전, 작은 돈가스집을 운영할 때였다. 스무 살 넘어 시작한 배달과 주방 보조 일을 하며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차린 가게였다. 탈장 증세가 심했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하지만 체중이 급격히 줄어 병원을 찾았다. 의사의 첫 말은 “이러다 당뇨 합병증으로 죽는다”였다.

한 달을 입원한 사이, 부인은 4살 난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갔다. 최씨는 성치 못한 몸으로 전주, 목포 등 아내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 전국을 다녔다. 몇 달 만에 만난 아내는 변했고 딸은 삐쩍 말랐다. 최씨가 “맛있는 거 많이 먹었어”라고 묻자 딸은 “김치랑 밥만 먹었어”라고 웅얼거리며 아빠를 바라봤다. 온라인 게임에 빠졌던 아내는 만나는 남자가 있었고 엄마이기를 포기했다. 최씨는 “차라리 혼자 딸을 키워야겠다고 마음먹고 이혼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할머니가 있는 서산에서 1년 동안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서울로 돌아왔다. 가진 것 없는 부녀의 고시원 살이가 시작됐다. 다리도 펴지 못하는 좁은 방에서 딸과 6개월을 견뎠다. 다행히 부모님께 딸을 맡길 수 있었고, 1년 전 정부의 지원으로 지금 사는 반지하 방을 얻었다. 최씨는 “딸 아이가 아빠가 마음 아플까 봐 엄마 보고 싶다는 말도 하지 않는고, 그 흔한 어리광 한 번 부리지 않고 자랐다”며 “몇 년동안 옷 한 벌 사지 않는 아빠에게 옷을 만들어 주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속이 깊은 아이”라고 말했다.

최씨가 딸의 아침을 챙겨주고 학교에 배웅한다. 돌아서는 최씨의 표정이 어둡다. 6년 동안 동료 40여 명이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지켜봤다. 당뇨 합병증으로 언제 길에서 생을 마감할지 모르기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도한다. “딸이 성인이 되어 직장을 가질 때까지만 살고 싶어요. 나 같은 삶을 살게 할 수 없으니까요.”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빠는 오랫동안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백영민 기자 heelen@cpbc.co.kr





■후견인 : 조미경(로사) 서울대교구 자양동본당 사회사목분과장

 

 

 

 

 
▲ 조미경 분과장

 

 


최광우씨는 당뇨로 육체적 고통을 겪으면서도 딸이 다른 아이들처럼 행복하기만을 바라며 모든 것을 희생하는 아버지입니다. 지독한 절망 속에서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 살아가는 부녀를 위해 독자 여러분의 기도와 후원을 청합니다.



성금계좌(예금주 : 가톨릭평화방송)

국민 004-25-0021-108

농협 001-01-306122

우리 454-000383-13-102



※최광우씨 가정에 도움 주실 독자는 6월 12일부터 18일까지 송금해 주셔야 합니다. 이전에 소개된 이웃에게 도움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421)에게 문의 바랍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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