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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월세조차 낼 수 없는 한마금 할머니와 손자 윤철준씨

"이 문간방 마저도 없어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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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두 명이 몸을 뉠 수 있는 비좁은 방에서 한마금 할머니와 손자 윤철준씨가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방에서도 곧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서울 성북구 정릉3동 한 낡은 한옥집. 문간에 있는 10㎡ 남짓한 작고 누추한 공간이 한마금(안나, 98)씨와 손자 윤철준(요셉, 47)씨가 사는 월 14만 원 짜리 방이다. 1년 365일 방바닥에 깔려 있는 이불, 구석에 수북이 쌓여있는 약봉지, 먹다 남은 생라면, 하루 종일 켜져 있는 텔레비전이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47년 전, 윤씨 아버지는 윤씨를 낳은 뒤 아내를 내쫓고 곧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려 집을 나갔다.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난 뒤 버려진 윤씨를 거둬준 사람은 할머니 한씨였다.
 
 한 할머니는 식당, 막노동,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평생을 손자를 위해 살았다. 윤씨는 할머니에게 늘 어린아이 같았고, 보살펴야 할 존재였다. 할머니는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일했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는 기력이 달려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이제는 윤씨가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연락도 닿지 않는 윤씨 아버지의 존재 때문에 기초생활수급권자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할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직장을 구하려 이곳저곳 뛰어다녔다.

 장애를 안고 있는 윤씨에게 세상은 만만하지 않았다. 사장을 시켜 준다고 꼬드겨 윤씨 이름으로 카드를 만들어 1000만 원이 넘는 카드빚을 떠넘기고 도망간 사람, 장애인 윤씨가 받는 혜택을 넘보는 사람 등 윤씨 눈에 비친 세상에는 좋은 사람보다는 나쁜 사람이 훨씬 많았다.

 결국 취직은 포기해야 했다. 다행히 성실성을 인정받아 몇 해 전부터 동사무소에서 시행하는 공공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얼마 안 되는 돈이었지만 집세와 약값은 간신히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없어 일이 없는 달이면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몸도 그리 건강하지 못하다. 윤씨는 고혈압, 심장병을 앓고 있어 늘 불안한 상태다. 갑자기 쓰러져 구급차를 부른 적도 있다.

 노환으로 몹시 쇠약해진 한 할머니는 지금도 자나 깨나 손자 걱정뿐이다. 한 할머니는 반평생을 오로지 윤씨를 위해 살아왔고, 윤씨 역시 할머니가 없는 세상은 상상해본 적도 없다. 한 할머니는 늘 손자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며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손자가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하고 있다.

 윤씨는 요즘 일이 없다. 사정을 알고 있는 지인들 도움으로 겨우 굶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주인집에서 월세를 올려달라고 했지만 통장 잔고는 오래 전에 바닥났다. 월세가 밀려 그나마 살고 있는 그 좁디좁은 방에서도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할머니와 손자는 유일한 소망은 지금처럼만 사는 것이다.

 윤씨 가족을 돌보고 있는 우소영(베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수녀는 "단돈 몇 만 원이 없어 추운 겨울에 보일러도 틀지 못하고 지내는 윤씨 가정을 보면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면서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만 두 식구가 이 방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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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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