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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음악으로 희망 주는 사람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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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악가를 꿈꾸는 시각장애인 박선화씨가 한빛맹학교 음악전공과 김용복 학과장과 연습실로 향하고 있다.
 

선천성 시각장애 갖고 태어나 갓난아기 때 버려져
정부 지원금으론 겨우 생활만, 음악공부는 힘들어


   서울 강북구 수유1동 한빛맹학교 피아노 연습실. 시각장애인 박선화(가명, 30)씨가 두 손을 모으고 피아노 반주에 맞춰 성가 연습을 한다.

 "지나간 일들을 기억하지 않고 이전에 행한 모든 일 생각지 않으리~♪"
 그는 단 한 번도 세상 빛을 본 적이 없다.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갓난아기 때 서울의 한 병원 앞 차가운 길바닥에 버려졌다. 병원 직원이 아기를 발견했고, 그는 병원에 있는 고아원에서 지내다 7살 때 맹아원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20여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에게 지나온 삶은 깜깜한 어둠의 연속이었다.

 그는 "외로워도 누가 알아줄까 싶어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고 속으로 삭히며 사춘기를 보냈다"고 했다.

 "부모님이 원망스럽죠. 그렇지만 부모님이 사정이 있으니까 날 병원에 맡기는 셈 치고 버렸겠지 생각해요. 용서해 드리고 싶어요."

 시각장애인 시설인 맹아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무상으로 특수교육을 받은 그는 얼마 전 한빛맹학교 음악전공과에 간신히 입학해 학교 기숙사에서 살고 있다. 그는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로 한 달에 40여만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 그러나 지원금은 매달 학교 등록금과 기숙사비로 고스란히 빠져나가 별도의 생활비는 없다. 친구를 만나러 갈 차비도 없어 웬만하면 나가지 않는다.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최근까지 안마시술소에서 일했다. 그러나 대부분 퇴폐업소였고, 대기실에서 쪽잠을 자면서 남성 취객들을 안마해줬다. 고단하면서도 절박한 삶이었다. 그가 생계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안마뿐이었다.

 그러나 안마시술소에서의 성추행은 그를 세상 밖으로 내몰았다. 결국 몇 군데 시술소를 전전하다 마지막엔 뚱뚱하다는 이유로 안마시술소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숙식을 제공하는 학교 기숙사로 돌아왔다.

 캄캄한 세상에 빛 한 줄기가 들어온 건 음악을 알고 나서다. 음악은 그를 살게 하는 유일한 희망의 끈이지만 세상의 시선은 차갑다.

 홀로 연습실에서 노래를 하다보면,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현실적으로 음악을 공부하기에 너무 벅차다. 레슨비를 비롯해 교재비, 시각장애인용 컴퓨터나 녹음기 등 음악공부를 위해 필요한 보조공학기기는 꿈도 못꾼다. 시각장애인이 무슨 음악이냐는 비아냥에 상처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음악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하고 싶다.

 학교 졸업 후 진로를 생각하면 가슴이 콱 막혀온다. 하지만 성매매가 오가는 안마시술소에 다시 갈 용기는 나지 않는다. 성악가를 꿈꾸지만 가족 하나 없는 허공 같은 세상에 발을 내밀기가 두렵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감사하고 싶다"면서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저를 보고 힘을 내라고 용기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맹학교 음악전공과 김용복 학과장은 "장애를 갖고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았지만 여러분이 도와주신다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성악가로서의 재능을 꽃 피울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이라는 눈을 달아줄 것을 간절히 호소했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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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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