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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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로 만난 하느님] (17) 인도하는 어머니와 축복하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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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 미술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에 관한 도상은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특히 예수에 관한 이미지는 성경이나 교리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이며 분명하게 시각적으로 드러났지만, 마리아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마리아에 관한 이야기는 성경에 많은 부분이 포함돼 있지 않고 오히려 외경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다.

전해지는 문헌에 따르면 마리아 도상은 루카 복음사가가 ‘호데케트리아’(신을 향해 길을 인도하는 여인이란 뜻)로 추정되는 성모 마리아의 이콘 초상을 그린 것에서 기원한다. 이 그림에 대해 6세기경 비잔틴 역사학자인 테오도로스 렉토르는 그가 저술한 「교회사」에서 5세기경 테오도시우스 2세의 부인인 황후 에우도키아가 자신의 시누이인 풀체리아에게 준 것이라고 밝혔다. 안티오키아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겨져 있던, 성 루카가 그린 그림을 황후가 콘스탄티노플로 가져왔다고 전해진다.

‘호데케트리아’라고 불리는 이콘 유형의 하나인 이 그림에서는 정면을 향하고 있는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왼쪽 무릎 위에 앉히고 오른손은 아기 예수를 가리키고 있다. 아기 예수의 왼손에는 로고스를 상징하는 두루마리가 들려 있고 오른손은 축복을 주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성 루카가 그린 성모 마리아의 초상은 현재 남아 있지 않지만, 그가 그렸다는 일화는 사실처럼 받아들여져 널리 알려졌고 이후 많은 화가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 인도하는 손과 축복하는 손

이탈리아 후기 고딕 회화의 거장인 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 1266?~1337)는 청렴한 신앙생활을 목표로 한 평신도 단체인 우밀리아티(Umiliati)로부터 이탈리아 피렌체의 모든 성인의 성당 제대화를 의뢰받아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거대한 성화를 그렸다.

이 제대화는 보다 3차원적이고 사실적인 공간 연구를 향해 발전했던 피렌체 회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작품이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의 전형적인 오각형 패널 형태의 제대화에는 황금빛을 배경으로 성모자가 묘사돼 있다. 고딕 취향이 명백히 드러나는 금으로 장식된 우아한 옥좌 위에 앉은 성모자를 중심으로 규칙적인 기하학적 형태의 선 위에 인물들이 배치돼 있다.

옥좌는 흡사 지붕과 벽을 가진 작은 감실 또는 닫집을 연상시킨다. 이 때문에 양옆에 늘어선 성인들과 천사들은 중앙의 성모자상과 분리된 공간을 갖게 돼 확실한 3차원적 공간감을 나타낸다. 이러한 구획 분리로 중앙의 성모자를 향하는 성인들과 천사들은 오히려 더 제의적(祭儀的)으로 보인다. 실제 이들 시선은 모두 아기 예수와 성모 마리아를 향하며 경배하고 있다.

기품이 느껴지는 성모 마리아는 어머니의 온화함을 자아내며 아기 예수를 안고 있다. 성모 마리아의 금술이 달린 암청색 겉옷은 당시 가장 세련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암청색 안료는 당시 값비싼 색으로 귀함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성모 마리아의 색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암청색은 동정녀의 모습과 하느님의 아들을 낳은 어머니로서의 영광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머니 무릎에 앉은 아기 예수는 근엄한 표정으로 한 손에는 말씀이 적힌 두루마리를 들고 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축복을 주고 있다. 성모 마리아의 암청색 옷과는 달리 아기 예수는 붉은색 옷을 입고 있다. 붉은색은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가 우리를 위해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희생을 상징한다. 이렇듯 화가는 인물 형상을 분명히 구획된 실내외 공간 속에 배치하며 이야기 전달을 넘어 인상 표현과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다.


■ 연결하는 손

화가는 천사들의 등장을 통해 아기 예수와 성모 마리아가 어떤 분인가를 더욱 명확하게 묘사했다.

관람자가 화면을 볼 때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곳은 옥좌의 아랫부분에 무릎을 꿇은 두 천사다. 흰옷을 입은 천사들은 각자의 손에 백합과 장미가 꽂힌 화병을 들고 있다. 백합은 성모 마리아의 순결함을 나타내고 장미는 아기 예수의 수난을 상징한다.

다음으로 옥좌 왼쪽과 오른쪽에 올리브색 옷을 입은 천사가 서 있다. 오른쪽 천사는 성체가 담긴 성합을 들고 있고 왼쪽 천사는 왕관을 들고 있다. 성합은 인류의 구원을 위해 희생양이 될 예수를 의미하고 왕관은 하늘의 여왕(레지나 첼리(regina caeli))인 성모를 상징한다.

무릎을 꿇은 아래쪽 천사들과 위에 서 있는 두 천사와의 거리감은 뚜렷하다. 옥좌의 계단을 중심으로 볼 때 성모자상 옆에 서 있는 두 천사는 천상적이고 범접할 수 없는 신성한 공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아래 두 천사의 한 손은 신비의 성모자상을 향하고 있지만 다른 한 손은 지상을 향해 있다. 이 두 천사는 관람자의 영역을 향해 천상적 공간과 지상적 공간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 초대하는 손

이탈리아 화가 구에르치노(Guercino,1591~ 1666)의 작품에 등장한 미소년 같은 천사는 아름다운 흰 날개를 달고 있다. 날개는 신적인 분위기를 부여하며 인간과 구별되는 중요한 표식이다.

화가는 성 루카가 성모자를 그리는 모습을 자연주의적 화풍으로 섬세하게 묘사했다.

커다란 이젤 위에는 거의 완성된 듯한 성모자 그림이 놓여 있다. 이젤 앞 성 루카는 팔레트와 붓을 든 채 자신이 그린 성모자의 초상을 바라보도록 오른손을 가리키고 있다.

오른쪽 뒤에 있는 탁자 위에는 성 루카를 상징하는 황소와 복음사가를 의미하는 펜이 놓여 있다. 캔버스 화면에는 상체를 곧게 세운 성모 마리아의 무릎에 아기 예수가 앉아 있다. 성모 마리아의 표정은 다소 엄숙하고 위엄이 있어 보인다. 아기 예수는 오른손을 들어 축복하고 있고 왼손으로 말씀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천사는 성 루카의 그림에 빠져든 듯 감상하고 있다. 성 루카는 오른손을 들어 그가 그린 성모 마리아의 손짓처럼 성모자를 가리키며 우리를 그림 속 성모자 속으로 인도하고 있다.





윤인복 교수
(아기 예수의 데레사·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 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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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9-08-1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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