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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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산티아고,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황선문(프란치스코, 의정부교구 호원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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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커다란 뭉게구름과

세상 넓고 파란 하늘

끝없이 언덕을 넘어가던 초록 밀밭

두 눈에 모두 담을 수 없었던

그곳에 다시 갈 수 있을까



이른 아침 어둠을 깨우는 발자국과

깊은 밤 잠자는 딸아이의 모습이 다르지 않았고

두껍고 커다란 손으로

힘주어 잡아주던 호세 아저씨의

햄버거 빵처럼 따스했던 미소를 기억한다



30년 넘게 먹지 않던 아침을

사흘 만에 찾게 만들고

오롯이 몸만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두고 온 것보다

더 버려야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허물을 벗듯 빠져나온 잠자리를

달팽이처럼 이고 다니는 방랑자였지만

죽어도 걸어야 하는 길이었기에

그 옛날 처마 밑에서 잠들었던 순례자처럼

나도 그러길 바랐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갈증은 가시지 않았고

무슨 노래를 들어도 마음은 열리지 않았지만

힘들었던 만큼 기도를 드렸고

그럴 때면 무언가 날 찾아올 것만 같았는데

다음날도 똑같은 일은 반복되었고

그럴 때마다 미치도록 가슴이 아팠다



스페인 사람들은 영악한 듯 순박했고

우리네 시골처럼 따뜻했다

수백 년 된 돌을 쌓아 만든 집들이

거대한 성당에 모여 살아가는데

그 안에는 판과 하몽을 먹고

와인에 물을 섞어 마시는 사람들이 산다

레온 대성당에서 눈물 흘렸던 날부터

신께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었고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영원의 갈증은 끝이 없겠지만

죽는 날까지 내게는 위로가 될 것이고

모두를 사랑할 수도 있을 거라고 믿는다



지금도 별이 쏟아지는 그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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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2-0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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