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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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540) ‘그렇게 아버지가 되어 가더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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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대청소 다음 날 아침. 어제 일을 도와 준 형제들의 담당 신부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우리 형제들이 일을 잘 도와주어서 너무 고마웠어. 아차, 형제들은 잘 들어갔어?”

그러자 책임자 신부님께서 말하기를,

“형제들은 잘 들어왔고요, 그리고 좋은 나눔의 시간이었다고 하네요. 형제들은 특히 저녁을 너무나도 맛있게 먹었다면서 신부님에게 감사 인사를 꼭 - 전해 달라고 했어요.”

‘엥! 우리 형제들이 저녁을 잘 먹었다고?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나는 그 신부님에게 솔직히 말했습니다.

“신부님, 나에게 그렇게 위로의 말을 안 해도 돼. 어제 내가 식당을 잘못 고른 건 정말 실수! 형제들이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고 갔었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형제들 마음은 진심입니다. 최근 들어 뭔가를 그렇게 맛있게 먹기는 처음이었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신부님에게 감사한데, 그 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몰랐대요.”

“에이, 괜히 나를 위로해 주려고 그러는구나.”

“정말이에요. 형제들이 저녁에 돌아와서 있었던 일을 제게 다 말해 주었어요. 신부님은 너무나 잘 해 주셨는데, 그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몰랐다고. 사실, 신부님과 우리 형제들의 수도생활 연배는 차이가 너무 나잖아요. 그래서 속된 표현으로 ‘하늘같은 선배 수사님’에게 감히, 쉽게 말을 못했다 해요.”

“믿어도 될까?” “그럼요. 형제들은 신부님께서 닭갈비를 시켜주신 후, 기다리는 동안 막국수도 시켜 주셨다고, 게다가 쫄면 사리도 푸짐하게 먹게 해 주셨대요. 밥도 넉넉하게 시켜 볶아 먹었는데 너무나 고소하고 맛있었다고 해요. 음료수도 마음껏 시켜 주시고. 사실 어제 저녁 식사 시간이 안 좋았다면, 그렇게 제게 찾아와서 그렇게 자랑하지 않았을 거예요. 형제들이 말하기를, 신부님이 우리들을 위해 한 달 용돈을 다 쓴 것 같다고. 너무 잘 먹어서 오히려 미안하다고 했어요. 요즘 젊은 형제들은 자기표현을 정확하게 말해요. 신부님과는 연배 차이가 많이 나서 편안하게 말하기가 어려웠고, 닭갈비 맛도 너무 좋았고.”

책임자 신부님의 말을 온전히 다 믿기가 좀…. 너무 좋은 말만 해 주시니! 그리고 나를 위로해 주려고 그러는 게 표가 났다고나 할까, 하하하. 암튼 책임자 신부님과의 전화를 끊고, 어제의 상황을 다시 한 번 회상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된 것이, 내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는 겁니다.

예전에 수도원 형제들과 외식을 할 때면, 같이 왁자지껄하면서 먹고 마시고 그랬는데! 언제부턴가 형제들과 식사를 하면 그들이 먹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내가 밥을 사는 날이면 형제들이 잘 먹고 있는지를 쳐다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형제들이 나에게 빈말이라도, ‘수사님, 너무 맛있어요.’라고 말해 주면,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 기분 좋아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마음이 뭘까, ‘아, 그 마음이 바로…, 부모님 마음이겠다!’ 그렇습니다. 내가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부모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정에서 자녀들이 잘 먹고, 잘 커주기만 해도, 그냥 배가 부르고, 마냥 행복해하시던 분들의 마음. 그건 바로 ‘부.모.님.마.음!’ 그날, 형제들이 먹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하게 느끼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의 키’가 커져 가면서, ‘아버지’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혼자서 다짐에 다짐을 해 보았습니다. 앞으로 형제들이 ‘맛있다’는 말을 안 해 주어도, 결코 삐치지 않는 아버지의 마음을 가져 보리라고.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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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6-1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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