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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83) 그리스도인들의 올바른 이정표

인류가 함께 만들어야 할 ‘경제적 평화’/ 이탈리아 트렌토 지역서 해고된 ‘요리사·여성 직원’/ 1978년 ‘리스토3’ 창업, 현재 지역 급식업계 선두/ 자신들 경험한 ‘해고의 아픔’ 바탕으로 조합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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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나 각종 분쟁 등 인간들이 벌이는 다툼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경제적인 문제나 원인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경제적 평화가, 인류가 함께 만들고 누려야 할 모든 평화의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선물인 평화를 위하여 창조된 인간은 인류 평화의 사도로 이바지할 소명을 부여받았습니다. 인류 역사는 평화가 하느님의 진리, 자유, 사랑, 정의를 토대로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모든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정의로운 사랑을 실천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며, 그 헌신은 종종 주님의 정의와 어긋난 현실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두려워하여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현실에 안주하고 타협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곧 하느님과 멀어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평화를 이 땅에 실현해나가기 위한 지혜의 산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협동조합(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예수님께서 몸소 실천하셨던 것처럼 인간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고, 그리스도인들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대안적 가치들을 발전시켜 나갑니다. 오늘날 인류가 체험하고 있는 협동조합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그리스도적인 가치는 바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나눔과 협동의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협동조합의 종류나 활동이 다양해지고 있는 현실은 그만큼 나눔과 사랑의 영토가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해고자들이 세운 급식협동조합‘리스토3’(Risto3)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이탈리아 곳곳에서도 대량해고의 칼바람이 불고 있지만 트렌토 현에 위치한 급식협동조합 ‘리스토3’(Risto3) 종사자들은 누구도 해고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지역 내 회사와 병원, 학교 등 곳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트렌토 지역 내 급식업의 선두 주자로 발돋움한 리스토3이 바로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세운 곳이어서 노동자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1978년, 주정부 법률에 의해 학교 급식을 담당하던 기관들이 문을 닫으면서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게 된 요리사와 여성 직원들은 오랜 기간 동고동락(同苦同樂)해온 믿음을 바탕으로 협동조합을 창업하지만 1년 만에 실패하고 맙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학습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1982년 조합원들은 다시 뜻을 모아 전문경영인을 초청해 실패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교육을 받으며 재기(再起)에 나섰습니다. 긴축경영 1년 만에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2년 현재 조합원 400여 명에, 1000명이 넘는 직원을 구성원으로 둔 건실한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한 리스토3은 자신들이 경험한 해고의 아픔을 바탕으로 협동조합 정신을 밑거름 삼아 어떠한 어려움도 함께 헤쳐 나가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협동조합들이 보여주고 있는 이러한 아름다운 모습들은 협동조합들이 지닌 장점들을 잘 드러냅니다. 같은 업종의 일을 하더라도 제도적인 혜택은 물론이고 사랑이 바탕이 된 믿음과 나눔으로 기적과 같은 성과를 거두는 모습은 그리스도인들이 나아가야 하는 이정표를 바르게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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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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