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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96) 의료 복지문제 풀어나가는 ‘또이보’

협동조합의 새로운 패러다임 보여줘/ ‘희망 협동조합’ 의미, 전문가들 모여 탄생/ 과잉행동 장애 아동 대상 첫 프로젝트 실시/ 심리치료·재활돕기 병행 … 사회구멍 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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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인구보다 협동조합에 가입한 조합원 수가 훨씬 많은 핀란드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심어주신 사랑을 잘 가꿀 때 만들어갈 수 있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잘 보여주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협동조합이 시장이나 민간 영역에서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국가나 사회가 책임져야 할 공공의 문제에도 적극 관여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해결사 역할까지 해내고 있습니다. 대체로 민간영역과 공공영역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는 우리에게는 이런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협동조합이 어떻게 많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공공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지 쉽게 상상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많은 공공분야에서 협동조합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핀란드의 모습을 보면, 선의의 뜻을 잘 모을 때 국가에 의지하지 않고도, 또 시장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높은 수준의 삶을 유지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가꿔나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19세기 말 독립운동 과정에서 협동조합의 씨앗이 뿌려진 핀란드에서는, 시민들이 서로 믿고 협동하면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하였습니다. 협동조합의 출발은 소비자나 생산자들 사이의 연대와 협동이었지만, 오늘날 우리 시대의 협동조합들은 이러한 단순한 영역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지난 1997년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만들어진 ‘오수스꾼따 또이보’(Osuuskunta toivo, 이하 또이보)는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협동조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줍니다.

‘희망 협동조합’이란 뜻의 또이보는 핀란드 복지체계의 사각지대에서 싹이 텄습니다. 핀란드가 유럽연합에 가입하고 실업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던 당시 핀란드 국민들은 무상의료와 영리병원 사이에서 적절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심리학, 임상 사회복지, 의학, 연구, 심리상담치료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전문가 8명이 모여 협동조합 방식으로 의료복지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만든 게 또이보였습니다.

또이보는 먼저 5~12살 사이 어린이들 중 과잉행동 장애를 보이는 아이들을 돌보는 상담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의 장애는 아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사회 전체가 관련된 경우가 많은데 기존의 의료체계는 이를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지역고용지원센터와 손잡고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직접 청년들을 만나 그들이 겪는 가정문제와 대인관계의 어려움, 알코올중독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을 제대로 진단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갔습니다. 특별히 정신적 재활이 필요한 청년들이 이를 치료하고 직장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이 사업을 진행한 8~9년 동안 600여 명의 청년들이 이곳을 거쳐 갔습니다.

그 가운데 절반은 가시적인 변화를 보였으며 10~20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을 정도로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또이보는 상담을 통한 심리치료와 재활을 돕기 위한 코스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가 감당하지 못하는 서비스영역을 메우며 핀란드가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심어주신 탈렌트를 나눔으로써 도저히 넘어서기 힘들 것만 같던 장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고 있는 핀란드의 모습은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를 엿보게 합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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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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