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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97) 주택조합 ‘호에스베’(HSB)

집 없는 설움, 협동조합으로 해결/ “모두가 자기집 갖자” 건축가 ‘벨란다’ 1923년 설립/ ‘사람’ 중심에 놓는 협동조합 방식 채택, 성장가도/ 현재 ‘스웨덴 가구 22%’ 주택조합 지은 집에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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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나라들의 부러움을 사며 복지국가의 모델로 손꼽히는 북유럽의 스웨덴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주거협동조합(이하 주택조합) 조합증을 선물할 정도로 협동조합이 삶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부동산, 특히 주택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겪는 난제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스웨덴은 복지국가의 모델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 문제를 협동조합이라는 열쇠로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스웨덴의 대표적 협동조합 중 하나인 주택조합 ‘호에스베(HSB)’는 건축가 스웬 벨란다가 가난한 사람들을 비롯한 모두가 쉽게 자기 집을 가질 수 있게 하자는 데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이면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1923년에 설립돼 90년의 역사를 지닌 호에스베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평범한 스웨덴 국민들은 자기 집을 갖지 못하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벨란다는 소유의 차원을 넘어 집은 그 자체로 삶의 질과 연결된다는 인식 아래 좋은 집, 아름다운 집을 지어 널리 보급하는데 힘을 기울입니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스웨덴 주택들은 대부분 집안에 욕조가 없는 구조였습니다. 당시 스웨덴 사람들은 노동자들에게는 욕조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벨란다는 하루의 고된 일과를 끝낸 뒤 깨끗하게 씻고 나서 느끼는 개운함이 인간의 정신까지 고양시킨다고 생각해 처음으로 집안에 욕조를 설치한 주택을 설계했습니다.

이렇게 호에스베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협동조합’ 방식을 택함으로써 가파르게 성장합니다. 한달에 300크로나(약 5만원) 정도를 내면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호에스베에는 현재 55만 명이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0만 명은 호에스베가 지은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15만 명은 아직 입주하지 않고 조합비를 내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입주하지 못한 조합원들을 위해서는 자기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저렴하게 지낼 수 있는 임대주택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주거 문제가 삶의 올가미가 아니라 희망이 되게 하고 있습니다. 호에스베는 협동조합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돈을 많이 낸다고 특혜를 주지 않습니다.

액수보다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히 조합원으로 저축을 했는가가 입주 순서의 기준이 됩니다. 이 때문에 호에스베 조합원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친인척들이 첫 조합비를 내고 아이 이름으로 만든 조합원증을 선물합니다. 이렇게 해서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될 즈음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집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호에스베의 성장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설립 초기 자신들의 이권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일반 건축회사들을 중심으로 무수한 압력이 가해졌습니다. 일부 건축자재 공장에서는 호에스베와 거래를 끊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굴하지 않고 30년대부터는 자체적으로 자재공장을 만들어 자신들의 뜻을 지켜나갑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주택보험 회사들이 폭리를 취하자 호에스베는 이에 문제를 제기하며 자체적으로 주택보험을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영리 주택보험 회사들의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런 호에스베의 노력으로 스웨덴 가구의 22는 주택조합이 지은 집에 살며, 어려서부터 협동조합의 사랑과 연대 정신을 생활화하고 물질적 나눔을 통하여 지상에서 천국을 맛보고 있습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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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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