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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01) 협동조합의 살아있는 교과서 ‘MEC’

‘그리스도적 정신·가치’ 세상 곳곳에/ 등산가들 사이에 가격대비 내구성 좋기로 유명/ 영업이익 1%, 지역·환경보호 등 공익 위해 사용/ 사랑·신뢰 기반, 40년 만에 조합원 370만 명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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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가들 사이에 캐나다 ‘산악장비 협동조합’(Mountain Equipment Co-op, MEC)의 아웃도어 의류나 등산 장비는 내구성이 좋기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MEC에서는 그 흔한 바겐세일도 없습니다. 평소에 싸게 팔기 때문에, 따로 기간을 정해 세일을 하는 것은 평소 MEC 매장을 이용하는 조합원들에게 역차별이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제품 생산과정에서도 조합원의 목소리를 전적으로 반영합니다. 또한 MEC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품은 하루 동안 써본 다음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제품에 손색과 하자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MEC는 영리기업이라면 상상조차 하지 않을 많은 분야에서 그리스도적 정신과 가치를 펼치고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환경보호 등 공동선을 실현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에 캐나다인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일례로 영업이익이 아니라 1년 매출의 1를 공익을 위해 사용합니다. 지난 1987년에는 환경보존기금을 만들어, 개발로 인한 훼손 위기에 처한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스모크 암벽을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2012년에는 환경보존을 위한 1달러짜리 손가방 4만 개를 판 4만 달러로, 캐나다 열두 해안지역 환경보전 사업에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MEC 제품이 내구성을 내세우는 것도 쓰레기를 가능한 한 줄이자는 취지와 맞물려 있습니다. 창조주 하느님께서 만드신 대자연 속에서 주님이 베푸신 온갖 좋은 것들을 향유하되 그것을 이웃, 나아가 자자손손 후세와 길이 나누고자 하는 MEC의 정신은 그들의 활동 속에 고스란히 녹아나고 있습니다.

MEC의 잉여금 배당 정책을 보면 이같은 정신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MEC는 최소한의 잉여금만을 남겨 이를 각 조합원에게 현금이 아니라 출자지분으로 배당합니다. 배당액은 조합원이 1년 동안 MEC 매장에서 물품을 구매한 실적에 비례합니다. 이렇게 배당하다 보면 세월이 흐름에 따라 각 조합원들의 출자 지분 규모가 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MEC에는 어떤 이유에서든 조합원 간에 차등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그래서 MEC는 해마다 일정량의 재원을 투입해 조합원의 과도한 출자 지분을 현금으로 사들이는 출자 지분 상환 정책을 마련해, 조합원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있습니다.

조합원 출자에서부터 이러한 기조는 그대로 반영됩니다. 출자금은 조합 창립 당시나 지금이나 똑같이 5달러입니다. 조합원이 되는 그날부터 6명의 창립 조합원과 똑같은 권리를 보장받게 되는 것입니다. 5달러 이상은 받지도 않고, 조합원이 아닌 사람에게는 물품을 팔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협동구조를 철저히 지켜나가기 위해 잉여금도 최소한으로 남기고, 따라서 조합원에게는 좋은 상품을 싸게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익보다는 협동이 우선되고 협동이라는 가치로 작동하는 이같은 선순환은 상승효과를 낳게 됩니다.

사랑과 신뢰가 밑거름이 된 MEC는 40년 만에 캐나다 전체 국민의 10를 웃도는 370만 명의 조합원을 확보해 캐나다 최대의 아웃도어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2011년 한 해 매출만 2억 7000만 달러(약 3200억 원)에 이르는 MEC는 캐나다 전역의 15개 대형 매장에서 15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일하며 그리스도적 가치를 세상 곳곳에 전하며 협동조합의 살아있는 교과서로 불리며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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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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