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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06) 캐나다 퀘벡주 ‘샹띠에’

아름다운 공동체적 삶을 개척하다/ 실업·경기침체 상황 대응하고자 1995년 창립/ 조합·기업·시민단체 연대 협력 네트워크 구성/ 자발적 기금 운용, 안정적 기업 활동 지원 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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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마음에 드실 만한 공동체적인 삶의 모습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캐나다 퀘벡의 사회적 경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샹티에(Chantier)입니다.

프랑스어로 ‘작업장’이라는 뜻을 지닌 샹티에는 7000여 개에 이르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네트워킹하는 ‘사회적 경제 대표자 연석회의’를 일컫는 말입니다.

샹티에의 출발은 퀘벡 주의 실업률이 10가 넘는 등 극심한 경제 침체에 빠져있던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12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자 가장 먼저 나선 이들은 여성들이었습니다. 1995년 5월말 퀘벡 여성단체들은 ▲최저임금 인상 ▲동일노동 동일임금 ▲이주여성노동자의 권리 보장 ▲공공복지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 등 9개 항을 정부에 요구하며 10일 동안 ‘빵과 장미의 행진’을 펼칩니다.

샹티에는 실업과 경기침체에 대응하고자 하는 이러한 사회적 연대의 흐름 속에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연합체로 1995년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샹티에의 가장 큰 역할은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시민단체 등의 연대와 협력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주정부는 위기 타개를 위해 머리를 맞대자는 샹티에의 제안을 받아들여 1996년 주정부를 중심으로 기초단체, 경영자협회, 노동자연맹, 사회단체 대표가 모인 ‘퀘벡의 경제·사회 미래에 관한 연석회의’를 마련합니다. 당시 노동자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가기 위해 저축해온 돈을 자발적으로 출연하여 ‘연대기금’을 조성합니다. 주정부는 이 기금에 매칭펀드 형태로 참여하는 한편, 노동자에게는 소득세를 감면해주고, 연방정부는 이에 따른 세수 감소를 보전해 주었습니다.

퀘벡의 사회적 경제가 유지 발전해올 수 있었던 요인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 사회연대기금이 풍부하다는 것입니다. 샹티에는 1997년 1000만 달러 규모의 ‘퀘벡사회경제투자네트워크기금(RISQ)’을 조성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기업에게 5만 달러까지 무보증 신용 대출을 시작했습니다. 기금이 원활하게 사회적 기업으로 흘러가도록 기업심사 및 평가 방법, 리스크 기준도 바꿉니다.

이후 사회적 경제 조직의 규모와 자금 수요가 꾸준히 커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운영자금 조달 수단이 필요해집니다. 조달한 자금을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함으로써 사회적 기업의 안정적인 기업 활동을 돕기 위한 것입니다. 단기성 부채 차입 형태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자본조달 수단으로써 ‘인내자본’(patient capital)이 탄생하게 된 배경입니다.

인내자본은 일반 금융기관의 단기 대출 관행과 달리 장기 대출 방식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대출한 뒤 곧바로 갚아야 하는 단기 자금과 달리 장기라는 점에서 채무를 떠맡은 사회적 경제 진영의 안정적인 재정 운용을 돕게 되는 것입니다. RISQ를 통해 자금을 빌린 사회적 기업은 15년 동안 원금상환 유예 혜택을 받습니다. 이 기간 동안 사회적 기업들은 고정 이자만 내면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키워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사회적 연대를 통해 공동선을 추구하면서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가치를 창출해 세상에 안정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샹티에는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만들고 살아가야 할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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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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