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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08) 캐나다 퀘벡 ‘연대협동조합’

‘조직이기주의’ 병폐 해결하다/ 이익만 추구될 경우 지역경제 ‘역기능’ 작용 우려/ 조합원 자격 대폭 개방, 외부인 ‘후원 조합원’ 가입/ 민간단체·지방정부의 지역 문제 대응하는 바탕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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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벡의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가 함께 성장한 배경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연대협동조합(solidarity cooperatives)입니다.

공동선을 지향하는 공동체나 모임마저도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조직이기주의’입니다. 변형된 관료주의의 병폐로 지적되기도 하는 조직이기주의는 큰 난관을 헤쳐 온 조직일수록 그 폐해가 나타나기 쉽습니다. 조직이기주의는 어려움을 극복해오면서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자신이 힘겹게 얻게 된 안정적인 위치와 누릴 수 있게 된 이익에 매몰돼 애초 함께 지향해온 사회정의나 사랑, 공동선 등 고귀한 가치를 제거하거나 잊게 만듭니다. 이 때문에 조직이기주의는 하느님 나라와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대, 사랑 등 공동의 가치 실현을 목표로 하는 협동조합도 지나치게 조합원들만의 이익을 추구하게 될 경우 지역 사회나 경제에 역기능을 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됩니다. 한 예로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영리기업과 마찬가지로 지역의 자원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수수방관함으로써 지역 공동화(空洞化)현상을 불러오기도 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아웃소싱을 도입하면서 실업률이 높아지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퀘벡의 협동조합운동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나타난 적이 있습니다.

퀘벡에만 있는 협동조합 모델인 연대협동조합은 이러한 ‘조직이기주의’로 인해 빚어지는 현실에 대한 성찰과 반성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연대협동조합은 법적으로 조합원 자격을 대폭 개방해 소비자와 노동자는 물론 연대협동조합 목적에 공감하는 외부인과 기업도 ‘후원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퀘벡에서는 ‘조직이기주의’의 벽을 뛰어넘어, 민간단체와 지방정부가 연대협동조합을 통해 지역사회가 봉착한 문제를 농업·제조업·건설업·유통업·문화·의료·사회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퀘벡의 사회적 경제부문의 비영리조직들은 기부, 기탁금, 정부보조, 프로그램펀딩, 채무보증, 자체자금 조달 등을 통해 활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금조달 방식으로는 시장활동을 통해 사회·경제·환경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경제적 약자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자신들의 희망을 키워갈 수 있도록 촉매 역할을 하고 나선 것이 캐나다 국민들이 자랑하는 신용협동조합 데자르댕(Desjardins)이었습니다. 데자르댕이 주도해 지난 1971년에 세워진 데자르댕 연대경제기금(Caisse d‘economie solidaire Desjardins)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연대협동조합과 비영리조직 등에 젓줄 역할을 함으로써 사회적 금융체제가 활기를 띠도록 해 경제시스템이 선순환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연대협동조합이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업종이나 조합원 구성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와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는 캐나다의 사회적 여건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어떠한 경제적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고 건실한 경제를 이뤄올 수 있었던 캐나다 협동조합들의 모습은 성숙한 의식만이 나눔과 섬김의 하느님 나라를 앞당겨 세울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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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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