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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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09) 행복지수 세계 1위 ‘덴마크’

‘더불어’ 사는 협동·나눔 정신의 나라/ 척박한 환경 탓에 ‘폐병의 나라’ 등으로 오인/ ‘협동조합의 사랑’ 바탕으로 연대, 어려움 극복/ 신앙 기초된 교회정신 사회·자연에 긍정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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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이용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가꿔나가는 경제활동을 영위하다 보면 인간이 자연과 동떨어진 별개의 존재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제약이 많은 존재인 인간이 근시안적 눈으로 자연에 다가설 때, 인간이 그 속에 함께 머물러야 할 자연은 철저히 ‘대상화’되어 한낱 이용 대상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주위에서는 인간이 자연에 떠넘긴 수많은 상처로 인해 자연도, 인간도 덩달아 신음하게 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척박한 자연과도 함께 호흡하며 세상을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답게 가꿔가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낙농업의 나라’로 알려진 북유럽의 복지국가 덴마크는 악천후와 습한 서북풍 등으로 ‘폐병의 나라’, ‘소아마비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척박한 환경의 나라였습니다. 그런 덴마크가 1인당 국민소득 5만6000달러(2010년 기준)의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더불어’ 살아가려는 협동과 나눔의 정신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비록 개신교가 중심이지만 그리스도인이 전체 인구의 90가 넘는 덴마크에서는 믿음을 바탕으로 고양된 그리스도 정신이 다양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사회뿐 아니라 자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을 극복과 개발의 대상으로서만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로 바꿔나가는 덴마크 사람들의 놀라운 능력 속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날 복지국가로 손꼽히는 덴마크 국민들이 누리고 있는 행복은 협동조합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 연대와 나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 육류수출 1위, 돼지 도축 규모 유럽 1위인 ‘대니시 크라운(Danish Crown)’이 ‘행복지수 세계 1위의 나라’ 덴마크가 자랑하는 세계적 기업임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이 회사가 축산협동조합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두 명의 덴마크 사람이 열차의 옆자리에 탔다면 그 열차가 종착역까지 가는 45분 사이에 하나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진다고 할 정도로 덴마크에서는 협동조합 설립이 흔한 일입니다.

핵발전소 건설과 이에 따른 문제들로 시끄러운 우리에게는 에너지 문제까지 협동조합으로 풀어가는 덴마크가 부럽기만 합니다.

코펜하겐에서 3.5㎞가량 떨어진 미델그룬덴(Middelgrunden) 해안가에 가면 풍력 터빈 20개가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코펜하겐 사용 전력의 약 4인 40㎿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터빈을 가동하는 곳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미델그룬덴 풍력전력협동조합입니다. 에너지의 생산과 분배를 국가 차원에서 공기업이 관리하는 우리로서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모습입니다.

미델그룬덴 풍력전력협동조합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던 코펜하겐 시민이 주축이 되어 1997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시민 7명이 10달러씩 내서 자본금 70달러로 시작한 조합은 ‘우리 지역 에너지는 우리가 책임지자’는 뜻을 가지고 시민들에게 다가가 8600명으로부터 총 3000만 달러를 모아 오늘의 모습으로 키워낼 수 있었습니다.

풍력 터빈이 힘차게 돌아가는 풍경으로 상징되는 덴마크의 모습은 우리에게 자연 속에 깃든 하느님의 숨결을 돌아보게 합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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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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