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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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16) 에너지 문제

‘무심한’ 에너지 정책 … 생태계 파괴
‘산업의 쌀’ 에너지 … 경제의 시작이며 끝
인류에게 다양한 효용 제공하는 핵심적 역할
중요성 만큼 신중하게 돌아보는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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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주님을 향해 깨어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일상에서도 어렵지 않게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단지 주님의 목소리를 듣는데서 그치지 않고 그 말씀을 실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경남 밀양에서 76만5000볼트에 이르는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통해 우리는 에너지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또한 주님께서 우리 시대에 주시는 말씀(징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있는 듯 없는 듯 별 신경 안 쓰고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는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립니다. ‘쌀’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자원이듯이 에너지는 인류에게 다양한 효용을 제공하는 각종 산업을 일으키고 경제활동이 이뤄지도록 하는데 ‘쌀’과 같은 핵심적 역할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에너지는 인류가 개발해낸 모든 산업을 가능하게 하고 경제의 융성과 퇴락을 좌우하는, 한마디로 경제의 시작이며 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에너지를 둘러싼 정책은 ‘국책사업’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정부의 책임 아래 진행될 만큼 중요성을 띠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는 이러한 중요성에 비해 에너지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신중하게 돌아보길 요청하고 있는 듯 합니다. 대부분의 화석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하면 무신경하다고 할 정도로 에너지 문제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너무나 당연히 우리 주위에 있고 별 불편 없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의 무관심 속에 에너지를 둘러싼 경제활동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돌이킬 수 없는 다양한 문제를 양산해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인간이 무수한 주님의 창조물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생태계 파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들도 결국은 인간의 편의와 효율만을 강조하는 정책이 빚어내고 있는 문제입니다. 알려진 대로 밀양 송전탑 건설은 부산 기장군 신고리에 계속 증설되고 있는 핵발전소 때문에 필요한 것입니다.

세계 최대의 핵발전 단지인 고리·신고리 핵발전소 단지에는 기존의 고리 1~4호기와 신고리 1~2호기에 이어 향후 신고리 3~8호기를 더 세울 예정입니다. 한 장소에 무려 12기의 핵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일입니다. 더구나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는 밀양 주민들과는 무관하게 경남 창녕군 북경남 변전소까지 송전된 후 청도군을 지나 대구로 들어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에너지 문제는 국민 모두의 생활과 밀접한 문제임에 틀림없습니다. 더구나 핵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문제는 현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안전과 생명을 위험에 부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밀양을 둘러싼 논란을 통해 드러난 문제의 실체는 투명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 없이 소수의 전문가들과 관료들의 손에 의해 일방적으로 에너지 정책이 수립되고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농촌의 70. 80대 노인들의 시름과 몸부림이 우리 시대에 던져주고 있는 메시지가 무엇일지 돌아보게 합니다. 주님은 과연 누구와 함께 계실까요.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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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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