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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28) 경제와 인간 존엄성

주님 가르침 따라 경제활동 기준 찾길
인간 경제활동 궁극의 목적은 자기완성과 이웃에 대한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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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복음화를 통해 모든 인간의 행복과 복지에 앞장서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는 교회가, 인간이 영위하는 경제활동이 주님의 정의에 따라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고유한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왜냐하면 인류의 지난 역사를 돌아볼 때 인간을 온갖 불행과 속박에서 해방하는 일은 경제적 여건에 의해 큰 영향을 받고 있기에, 사회 경제활동을 통하여 교회가 부정과 불의에 억눌린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회복음화의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정상적 경제활동을 바탕으로 인간 사회에서 빚어지는 부정과 불의는 더 큰 악을 낳고 키우는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교회는 늘 깨어있는 자세로 모든 사태를 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경제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생활 영역 안에서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고, 이를 통해 하느님 나라에 한 걸음씩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이들의 양보할 수 없는 시대적이고 역사적인 소명일 것입니다.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다단한 경제활동의 윤리성을 평가하는 기준은 오래전부터 교회가 강조해오고 있듯이 하느님의 모상에 따라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경제활동 영역 안에서 인간의 품위와 존엄성이 보장받고 있는지 그 여부를 평가해보면 그 경제 체제나 시스템이 하느님의 정의에 부합하는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가톨릭교회의 경제윤리관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의 목적은 자기완성과 성취, 이웃에 대한 기여와 나눔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그리스도교 정신에 따라 경제활동의 주체는 언제나 인간이며, 결코 인간이 경제와 노동에 예속되거나 기업과 생산활동의 한 요소로 전락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진정한 경제 발전은 각종 경제 수치를 통해 드러나는 양적 성장보다는 개개인이 인간다운 품위와 최소한의 가정경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인간의 기본권을 실현하는 척도와 기준에 따라 평가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모든 경제활동은 인간의 존엄성이 구김살 없이 드러나고, 개인의 자유와 개성이 바르게 신장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때 하느님께서 우리 개인에게 넣어주신 재능과 창의력이 거침없이 발아하고 꽃을 피워 주님 창조사업의 풍요로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세상 속에서 경제활동을 통해 하느님 나라 사업에 기여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이라면 각자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나 조건들 속에서 끊임없이 주님과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경제활동의 정도(正道)와 기준을 찾고 또 그것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노동자들을 비롯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기업 및 국민경제의 정책에 대해 정당한 의견을 제시하고, 교회의 정신과 행동강령에 따라 힘을 모으는 일은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날 신앙인을 자처하면서 하느님과 교회의 가르침과 방향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경분리(政經分離)라는 도식을 내세워 폐쇄적인 사고에 갇혀있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는 세상의 불의를 키우고 다양한 아픔과 불행을 생성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재화의 참 주인은 오직 하느님 한 분이시고 우리는 일시적으로 그 관리를 위임받고 있을 뿐입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항상 깨어있는 자세로 세상의 경제구조와 활동을 냉철하게 바라보아야만 합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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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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