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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29) 경제와 인간 존엄성 (2)

공동선 지향하는 윤리적 경제 개혁 절실
인간 존엄성 존중 경제활동 위해
그리스도교적 구조 확산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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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새로운 것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종종 그러한 것에서 의지할 만한 면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 과거에 대한 아픔과 현재에 대한 실망이 클수록 이러한 경향은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자유주의와 수정자본주의를 거쳐 1970년대부터 부각하기 시작해 20세기 말을 지배한 ‘신자유주의’ 또한 사람들로 하여금 장밋빛 희망을 주는 듯했으나, 오래 가지 않아 결국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경제활동을 비롯해 각종 사회활동의 목적이 되어야 할 인간과 그 품위는 사라지고, 인간성은 피폐해져 하느님을 닮은 모상에서 멀어져갔습니다.

이 때문에 교회는 삶의 토대를 이루는 경제활동에서 드러나는 신자유주의적 모습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하며 그리스도인들이 정의로운 식별력과 태도를 가질 것을 촉구해오고 있습니다.

모든 이에게 유익한 공동선을 지향한 윤리적인 경제 개혁이 우리 시대의 긴박한 과제입니다. 하지만 ‘개혁’ ‘혁신’ 등의 말로 ‘새로움’을 표방하는 어떠한 정책이나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해도 그 안에서 인간성이 상실되어 위기를 불러온다면 하느님의 정의는 사라지고, 결국 인간의 기본권이 유린되고 만다는 사실을 역사는 극명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정부가 국가기간산업인 철도 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한데 이어 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하는 등 의료 민영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은 그리스도인들의 올바른 식별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정책이 민영화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경쟁과 효율을 강조해 공공기관마저 영리기관으로 만들기 위한 민영화 과정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990년대 이후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대변되는 영·미식 자본주의가 세계 경제의 모델로 등극하면서 진행된 민영화정책이 낳은 많은 부작용들은 지난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동부 지역의 대규모 정전사태, 일본과 영국의 철도 사고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010년 폭설로 영국의 관문 히드로공항이 사흘 동안 마비되었을 때 영국 공항을 재국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2012년, 과거 IMF 위기를 맞아 외국 자본에게 팔아넘겼던 석유회사 YPF를 재국유화한 바 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1990년대 초 국가개혁의 이름하에 과감한 민영화를 추진해 석유를 포함한 에너지 산업, 전화와 가스, 심지어 도로 보수까지 가능한 모든 것을 민영화하였습니다. 국가채무를 해소하고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실제로는 막대한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경제주권마저 상실해 다국적기업에 의해 경제정책이 실종사태에 이르는 뼈아픈 상황을 맞기도 했습니다.

물론 공기업의 방만함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이 필요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장기적인 인프라, 공공가치의 유지, 국민의 생명 등과 직결된 분야의 민영화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효율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대단히 위험한 일입니다.

가톨릭교회의 정신에 따라 인간 존엄성이 존중받는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불공정한 경제정책 등으로 인해 희생되는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희생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그리스도교적인 경제 구조를 확산시키는 예방적 활동이 절실합니다. 예수님께서 강조하신 늘 깨어있는 자세가 그리스도인과 정의의 삶을 펼치는 선의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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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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