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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35) 무관심 바탕으로 돈이 지배하는 세상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자기중심주의’에서 비롯된 잘못된 경제관
이웃 관계 파괴시켜 하느님과 멀어지게 돼
‘돈’ 중심 사고 배격하는 깨어있는 자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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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관심이 결코 주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의 자세나 덕목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태초부터 인간이 하느님과의 관계성 속에서 당신의 모상대로 창조되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이 때문에 인간은, 시작은 물론 끝까지 무수한 관계 속에서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되고 발전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관계를 맺지 않는 그리스도인들을 생각할 수 없듯이 서로 관계가 없는, 무관한 인간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자신과 이어진 무수한 관계 속에서 하느님의 일을 할 수도, 악마의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악의 세력과 가까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주로 우리 삶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경제적 관계로 인해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근한 예로 평생 원 없이 쓰고도 남을 만한 재산을 지닌 재벌가의 형제들이 상속 유산 때문에 다투는 모습은 이 세상에서 사탄이 부리는 계교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처럼 잘못된 경제관, 윤리관은 하루아침에 사람을 악마로 바꿔버리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잘못된 경제관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성경은 인간이 자기를 기준으로 선과 악을 비롯한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자기중심주의로 인해 하느님과 형제들 앞에 부끄러운 존재가 되고 말았음을 보여줍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신 후 모든 자유를 허용하셨지만,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먹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자기를 중심으로 선과 악을 판단하였고, 그 결과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고 맙니다.

복음은 예수님이 40일 동안 광야에서 유혹 받으신 이야기를 통해서도 사람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유혹의 위험성과 덫에 대해 들려줍니다. 예수님이 받으신 세 가지 유혹 가운데 돌을 빵으로 바꾸는 기적을 행하여 보라는 첫 번째 유혹과 부귀영화를 주겠다는 세 번째의 유혹은 아마 세상 모든 사람이 누리고 싶어하는 전형적인 삶의 모습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유혹을 한마디로 거절하십니다. “주 너의 하느님을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마태 4,10)

그런데 우리 삶은 어떠한가요. 예수님께서 단호히 물리치신 유혹을 돈이라는 물신이 대신하고 있는 모습을 일상생활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거룩한 주님의 집에서도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듯한 사고방식과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돈이라는 물신이 자신의 힘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세상은 더욱 참혹한 모습입니다. 개인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자기중심주의가 세상 곳곳을 잠식해 들어가는 사이 이웃은 물론 형제마저도 경쟁상대, 나아가 적이 되고 마는 현실이 널려있습니다. 이웃과의 관계가 파괴되고 형제들과의 관계가 훼손되면 모든 인간의 모상인 하느님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돈은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보라는 두 번째의 유혹마저도 마중 나가려는 듯 세상 곳곳에서 기세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서 힘을 얻어가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새 하느님에게서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돈이 우리 마음속을 비집고 들어와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할 수 없도록 늘 깨어있는 자세가 필요할 때입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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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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