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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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드려라”

성경은 다양한 삶의 양상 함축적 제시, 신학은 하느님의 마음·뜻 배우는 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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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곧 하느님 나라에 이어져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호부터 그리스도인으로 세상을 살아가며 부딪치는 다양한 문제를 신앙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획을 연재합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그 뒤에 그들은 예수님께 말로 올무를 씌우려고, 바리사이들과 헤로데 당원 몇 사람을 보냈다. 그들이 와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저희는 스승님께서 진실하시고 아무도 꺼리지 않으시는 분이라는 것을 압니다. 과연 스승님은 사람을 그 신분에 따라 판단하지 않으시고, 하느님의 길을 참되게 가르치십니다. 그런데 황제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합당합니까, 합당하지 않습니까? 바쳐야 합니까,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위선을 아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시험하느냐? 데나리온 한 닢을 가져다 보여 다오.”그들이 그것을 가져오자 예수님께서, “이 초상과 글자가 누구의 것이냐?”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황제의 것입니다”하고 대답하였다. 이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 그들은 예수님께 매우 감탄하였다.』(마르 12,13∼17)

이 성경 구절을 접할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예수님의 영민하심, 달변가 예수님, 간악한 인간 군상들, 식민지 상황에 처해 있는 이스라엘…. 다양한 예수님의 모습과 그분을 둘러싼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머릿속으로 그려지겠지만 저는 어느 하나로 예수님의 모습을 단정 짓기보다는 현재도 이어지는 인간의 역사, 다툼, 갈등, 번민 속에 함께하시는 주님의 모습으로 떠오릅니다.

다섯 절밖에 되지 않는 짤막한 내용이지만 세상은 물론 하느님 나라와 관련된 많은 묵상거리들이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볍게 얼핏 생각해 보아도 황제와 하느님으로 상징되는 세속 권력과 하느님의 신앙과 그 행위와 규범에 대한 생각이 교차되고, 오늘날에도 쉴게 볼 수 있는 삶의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 찬 바리사이의 태도, 헤로데 당원 같은 협잡과 부패에 물들고 기회주의자들의 잔꾀 넘치는 불의한 모습도 엿볼 수 있으며, 하루 품삯에 해당한다는 데나리온이라는 화폐 개념도 나타납니다.

예수님께서 사시던 때로부터 2000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이 성경 구절이 낯설게 들리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그것은 이 성경의 내용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양한 삶의 양상들을 함축하면서 삶의 본질적인 측면을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들은 위의 말씀을 무 자르듯 뚝 잘라서 예수님이 정교분리(政敎分離)의 원칙을 들려주시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주님이 이 말씀을 통해 들려주시는 뜻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비근한 예로 황제의 초상이 새겨진 ‘데나리온’이나 ‘황제의 것’에 시선이 박혀버린 우리의 마음과 시각을 돌려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라는 말씀에 초점을 맞추면 그 의미는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합니다.

당신의 모습을 따라 하느님의 모습이 새겨진 인간 자체가 바로 하느님께 온전히 속해 있으니, 인간의 수고와 노력을 통해 얻은 결실과 소득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선언하고 계신 대목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바라보는 눈길을 조금만 차원을 높여 주님께 돌리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고 방식과 행위도 바뀌지 않을까요. 우리는 이렇듯 인간을 향하고 계신 하느님의 마음과 뜻을 배우는 것을 신학이라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어(헬라어) 테오스(theos, 신)에 로고스(logos, 학문? 말)가 합쳐진 단어인 신학은 말 그대로 ‘하느님에 대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학이라는 언어 자체가 주는 부담감이나 중압감에서 벗어나, 이 학문은 그렇게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즉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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