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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6) 가난, 인간 존엄성 수호 위한 극복 과제

가난한 이들에 복음전파는 공의회 핵심 주제, 교회가 사명 다하려면 가난한 모습을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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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경제 사정으로 인해 빚어지는 문제는 가정과 사회뿐만 아니라, 교회 안팎에서도 가장 큰 논의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물질적 부족으로 나타나는 문제, 곧 가난의 과제는 교회가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바로 가난 때문에 고통 받고 신음하는 세상을 그대로 보고 지나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역사적으로 그 본질적 사명과 사상에 따라 사회회칙 등 다양한 가르침을 통해 가난한 이들에 대해 관심을 단 한 번도 소홀히 한 때가 없었습니다. 아울러 교회는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서고자 하는 노력이 한계를 드러낼 때마다 살과 뼈를 깎는 심정으로 참회하며 새로운 다짐과 실천을 경주해왔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와 발맞추어 2000년 교회의 전통과 가르침을 보전하는 가운데 새로운 방향과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교회가 시대의 징표를 정확히 인지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신 길을 따라 가난을 통해 하느님 백성이 세상의 성사가 되어야 함을 역설하였습니다. 공의회를 소집한 교황 요한 23세와 공의회 교부들은 저개발국가들의 비참한 현실 앞에서 교회가 먼저 환골탈태(換骨奪胎)하여 온 백성이 평화를 지향하는 교회,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기본권을 누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교회로서 존재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은 공의회의 핵심적 주제 자체라고 보면서 가난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였고, 공의회의 결실인 여러 문헌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의헌장과 사목헌장을 통해 교회가 바로 자신의 사명을 다할 수 있기 위해 가난한 모습을 세상에 보여야 하며, 뭇 가난한 사람들의 복음화를 지향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공의회 이후, 교회 문헌들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대의식이라는 한층 넓은 시각으로 공의회가 제시한 쇄신 방향을 따라 가난에 대한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재천명하게 됩니다. 먼저 교황 바오로 6세는‘노동과 사회문제’를 전 세계 차원으로 다룬 회칙 「민족들의 발전」(Populorum Progressio, 1967)을 반포합니다. 이 회칙은 가난한 이와 부자와의 개별적 관계 이전에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 사이의 관계에 각별한 관심을 두면서 노동과 가난 문제를 사회적이고 세계적 차원의 문제로 바라봅니다. 나아가 개별적 인간과 모든 민족들의 전인적 품위와 발전을 고양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 후 바오로 6세 교황은 사도적 권고 「현대의 복음 선교」(Evangelii Nuntiandi, 1975)를 반포하면서 교회는 세상에 사는 선의의 모든 이들을 기아, 질병, 빈곤, 식민주의의 잔혹, 생명의 극한 상황 등으로부터 해방시켜주어야 하고, 또한 그 목적을 달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뒤를 이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민족들의 발전」 반포 20주년을 기념하여 회칙 「사회적 관심」(Sollicitudo Rei Socialis, 1987)을 반포하면서 특별히 후진국의 사회적 상황을 염두에 둔‘발전’의 문제를 핵심주제로 하여, 전지구적이고 세계적인 빈곤 실태의 이유와 원인을 밝히고 있습니다. 교황은 이 사회회칙에서 물질적 재화 결핍에 못지않게 인간성 자체, 인간의 품위와 존엄성이 피폐해지고 파괴되는 형태의 가난이 존재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교회가 복음에 따라 도움을 청할 수조차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공동선이라는 시각과 관점에서 집단들의 선익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도움을 베풀어야한다는 사회적 관심과 배려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교황께서 가난 문제 해결을 통한 전 세계 모든 민족들의 발전과 생활수준의 향상을 위해 그리스도적 덕목인 연대성의 기치 아래 일치와 화목을 도모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회칙「새로운 사태」 100주년을 기념하여 반포한 회칙「백주년」(Centesimus Annus , 1991)에서는 사회교리 전체의 근본 방향이 인간의 권리 보존과 인간 존엄성의 회복임을 재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근대 이후 역대 교황들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여러 문헌들은 가난의 문제가 하느님이 창조하시고, 부여하신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해 반드시 인류가 극복해나가야 할 과제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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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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