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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0) ‘강자’ 위주 시장원리만 따르는 세계화

경제·물질만능주의 등 세계화가 빚어낸 부작용/ 그리스도적 감수성으로 자세 갖출때 극복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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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리스도적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리한 예언자적 인격을 지니셨던 분이셨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특별히 세상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는 가난의 문제에 커다란 관심을 기울이며 소외의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일에 몸을 아끼지 않는 모습으로 온 인류의 기쁨과 슬픔에 공감하며 호흡을 함께했습니다.

교황은 지난 1999년 11월 6일자로 발표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의 후속 교황 권고 「아시아 교회」(Ecclesia in Asia) 제39항에서 경제적 세계화 과정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세계화의 긍정적 효과들을 인정하면서도 “세계화가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과 더불어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가난한 나라들을 경제적, 정치적 국제 관계들의 주변부로 몰아내는 경향을 낳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사랑의 눈이 아니고선 볼 수 없는 부분까지 보고 있는 것입니다.

교황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경제적이고 문화적인 세계화는 “아시아 사회들을 세속주의적이며 동시에 물질주의적인 소비주의적 세계 문화 속으로 급속히 몰아가고 있다”고 우려하였습니다.

이에 앞서 1월에는 교황권고 「아메리카 교회(Ecclesia in America, 1999. 1. 23)」를 발표했는데, 여기서도 교황은 세계화의 문제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 문헌에서도 교황은 문화적 세계화에 대해서‘아시아 교회’와 같은 문제를 보고 있습니다.

“특히 아메리카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화 현상은 현대 세계의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강자 위주인 시장 원리에만 따르게 되면 세계화의 결과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경제 최우선주의, 실업, 공공 서비스의 감소와 저하, 환경과 자연 자원 파괴, 빈부 격차의 심화, 빈곤을 더욱 열등하게 만드는 불공정한 경쟁 등이 그러한 부정적인 결과입니다. 교회는 세계화의 긍정적인 가치들을 인정하면서도 세계화의 물결에 따르는 부정적인 측면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아메리카 교회」, 제20항)

이처럼 교회 공식 문헌들 외에도 교황은 수시로 세계화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들을 지적해오고 있습니다.

1998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교황은 “빈곤의 지속, 세계화에 수반되는 새로운 불평등”으로서 외채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소외 없는 세계화’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한 나라의 외채가 그 나라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는 헤어날 수 없는 올가미가 되고 있는 현실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본 인식의 결과입니다.

이처럼 지구촌 전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는 국가와 지역 단위에서 해당 사회 구성원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러한 영향은 주로 가난한 이들, 소외 계층의 삶을 더욱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나타나기 십상입니다.

가까이 우리 주변만 둘러보더라도 시장중심주의, 물질만능주의, 경제제일주의 등으로 이기주의적인 사고가 갈수록 팽배해가고 있고, 실업과 비정규직, 양극화, 빈부격차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가난한 나라들이 몰려있는 제3세계, 저개발국의 서민층, 특히 농촌과 농업, 자영업 등의 붕괴 문제는 한층 더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 안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은 구체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한국교회의 사목적 관심과 연구, 대안의 모색은 긴박하고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세계화가 빚어내는 이러한 부작용들에 대해서 그리스도적 감수성으로 어떠한 방향과 자세를 갖춰 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판가름날 것 입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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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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