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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3) ‘신자유주의’의 산물 세계화의 양면성

긍정적 측면 있지만 무한경쟁 부추겨 양극화 심화/ 세계적 차원에서 ‘빈익빈부익부’ 확대재생산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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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한가운데 서 있는 교회가 오늘날 갖게 된 중요한 문제의식 가운데 하나는 하루가 다르게 급속하게 변하는 세계화의 조류 속에서 어떤 입장과 태도를 가져야 하고,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느냐 하는 점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성경 말씀처럼 새로운 시대 새로운 흐름 앞에서는 이에 맞갖은 새로운 이해와 돌파구가 요구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화가 부정적인 면만을 지닌 것은 아닙니다. 과도하게 국경에 얽매여 있던 재화나 자본, 인간 문화 교류 등에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원활한 소통을 가져오게 하여 적지 않은 선익과 이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의료기술이 가난한 나라로 이전되어 과거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빈곤층의 사람들이 새 생명을 찾는가 하면, 스스로의 힘으로는 일어설 수 없었던 기업과 그 운영자들이 선진 자본의 도움으로 새로운 꿈과 기업문화를 열어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계화가 비판을 받고 있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국경을 넘어선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은 선진국의 독점자본, 초국적 자본들, 금융자본들이 세계시장에서 무소불위의 지배적인 권리를 행사하며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세계화의 다른 얼굴인 신자유주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일상화되어 있다시피한 ‘세계화’나 ‘자유화’라는 용어도 신자유주의의 산물로, 결국 이 둘은 동전과 양면과도 같습니다. 1970년대 이후 세계적인 불황이 온 지구촌을 덮치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대두된 신자유주의는 자유시장과 규제완화, 재산권을 중시하는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론자들은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은 경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오히려 악화시킨다고 보고,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시장의 자율적인 경향이나 흐름에 맡기지 않고, 공공복지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정부의 재정을 팽창시키고, 근로의욕을 감퇴시켜 이른바 ‘복지병’을 야기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신자유주의는 자유방임경제를 지향함으로써 비능률을 최대한 해소하고, 경쟁시장의 효율성 및 국가 경쟁력을 유도하고 강화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 나라에서 축적된 자본의 이동과 이윤 추구 활동은 강화되지만, 노동자들의 이동과 복지는 그만큼 뒷전으로 물러서는 반세계화의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저개발국가일수록 장기불황과 실업, 그로 인한 빈부격차 확대, 양극화 등으로 인한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선진국의 시장개방 압력뿐 아니라 유전자조작식품 등 선진 기술을 강제로 받아들여야 하는 무역 공세 속에서 저개발국가들은 자국의 농업, 공업, 서비스업, 심지어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의료복지까지도 잃어감으로써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첨예한 갈등 현상이 전 세계 도처에서 빚어지고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농업의 많은 부분을 해외의 다국적 곡물시장이나 경제공동체 동맹체계에 의지하게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고 근래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를 필두로 대형 국제병원 등 외국의료기관 유치가 기정사실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외국 영리병원이 국내에 진출하게 되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 산재의료기관 적용을 받지 않게 돼, 고비용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부유한 계층에게는 양질의 혜택이 돌아가겠지만, 그렇지 못한 빈곤계층이나 서민대중에게는 의료비 급증과 중소병원의 몰락으로 이어져, 그간 유지되어온 의료제도의 근간을 뒤흔들어 공공재인 의료서비스가 침몰하거나 후퇴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흔히 동일시되는 숨어있는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환경문제에 있어서도 선진국들은 자신이 치러야 할 비용을 저개발국가로 이전함으로써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세계적 차원에서 확대재생산 체제로 고정시키고 있습니다. 일례로 미국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합의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기 위한 교토의정서 승인을 거부함으로써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회비용을 가난한 나라들에 떠넘기며 방관하고 있습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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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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