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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6) 양극화 현상 심화시키는 세계화의 덫

기업 이익 위해 경계 허물고 국가와도 흥정/ 소외된 이들은 갈수록 힘들어져 갈등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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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델라웨어(Delaware)라는 주가 있습니다. 인구가 60만 명 정도밖에 안 되는, 인구 수로 보면 미국에서 제일 작은 주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주의 특징 중 하나는 소비세(sales tax)가 없다는 것입니다. 더 재미있는 현상은 델라웨어 주의 기업유치 전략입니다. 한때는 포춘 500(Fortune 500) 즉, 미국 내 500대 대기업의 60가 델라웨어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기업을 유치했습니다. 주 차원에서 기업이 낼 세금을 깎아주거나 규제를 대폭 풀어주고 완화한 결과입니다. 기업들은 실제 일은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하고, 이곳에는 작은 사무실 하나 차려놓고 그곳을 본사라 하면서 수익이 델라웨어 본사에서 발생하도록 회계처리를 합니다. 결국 델라웨어 주나 기업이나 모두 이익을 누리게 됩니다.

문제는 다른 주에 있습니다. 델라웨어 주 같은 곳에 기업을 뺏기게 되니 결국 주정부 간에 경쟁이 붙으면서 기업만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이러한 현상이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때 세계적인 기업인 코닝이 우리나라의 문을 두드린 적이 있습니다.

“한국은 우리에게 뭘 해줄 수 있나?” “그것 가지고 되겠어… 좋아, 우리는 중국으로 가.”

코닝은 우리 정부와 협상을 하다 결국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중국으로 가차없이 발길을 돌려버렸습니다. 이익을 위해서라면 모든 경계를 허물어버리고 국가마저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기업, 이게 바로 신자유주의가 외쳐온 세계화(Globalization)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첨병들

이러한 신자유주의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뛰는 첨병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귀에도 너무 익어버린 IMF(세계통화기금), World Bank(세계은행), WTO 같은 기관들입니다. 이 기관들이 권고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신자유주의의 한가운데 서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경제위기 때 이들 기관의 권고를 충실히 따르다 세계화의 덫에 빠져버린 뼈아픈 경험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 외에도 각종 평가기관들도 신자유주의를 부추깁니다. 이제는 어린 아이들도 낯설지 않은 S&P, 무디스(Moody’s), 피치(Fitch) 같은 평가기관들은 신용등급 평가를 통해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데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이들 손에 한 나라의 경제도 휘청댈 정도이니, 과연 누가 그런 힘을 준 것일까요.

-양극화의 덫

신자유주의적인 질서가 양극화를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부인하기 힘든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잘사는 나라 자본가들은 글로벌 분업체제를 한껏 활용해 전 세계를 무대로 해서 돈을 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럴 기회가 없습니다. 글로벌 분업체제 아래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일자리를 임금이 낮은 나라로 가져가버려 오히려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을 쓴 리프킨(Jeremy Rifkin)은 2000년에서 2003년에 이르는 3년 동안 미국에서 약 30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말합니다. 또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약 70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업은 여기에 다시 값싼 임금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러옵니다. 단순노동을 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는 더 힘들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신자유주의 구조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양극화는 사람들 간에 갈등을 만들고, 이러한 갈등이 증폭되면서 결국 사회 전체가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악순환의 사태를 낳고 있습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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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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