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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7) 지속가능한 성장 가로막는 신자유주의

양극화에 따라 중산층 줄고 저소득층 늘어/ 구매력 저하로 결국 사회·경제 발전 위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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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는 양극화는 우리 실생활에서도 체감할 수 있는 적잖은 문제를 안겨줍니다.

양극화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중산층은 줄어들고 저소득층이 늘어나는 현상이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어느새 초미의 관심사가 된 양극화라는 현상은 실상은 단편적인 현상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양극화로 인해 가난한 이들이 계속 늘어나고 또 이렇게 늘어난 가난한 이들의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서 재화나 용역을 활용할 수 있는 응용력과 구매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게 되어 자본주의 경제 자체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습니다. 경제가 제대로 순환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소비가 있어야 하는데,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구매력을 잃게 되거나 저조한 흐름으로 가면 결국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려워지게 됩니다.

-둔화되는 성장

신자유주의가 초래하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이 벽에 부딪히면서 시장경제가 위축되고 사회경제적 발전 자체가 둔화된다는 사실입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신자유주의야말로 성장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게 됩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세계화로 인한 국제적 분업체제로 후진국도 성장할 기회를 갖게 되고, 선진국은 나름대로 투자에 따른 이익도 보고 낮은 가격의 상품생산에 따른 국가 차원의 이익도 챙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습니다. 그들의 이론대로 이러한 체제가 순조롭게 순환되었다면 지속가능한 성장의 고리가 만들어졌을 테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실제로 최근의 평가와 연구에 의하면 신자유주의 구도가 성장을 둔화시키고 있습니다.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장하준 교수(경제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질서가 자리잡고 난 다음에 세계 경제가 성장한 것은 2 정도밖에 되지 않은데 반해 그 이전인 1970년대나 그 앞 세대의 성장률은 3 정도가 됩니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질서가 확고히 자리잡은 상태에서 세계적인 경제성장은 후퇴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통계적인 연구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신자유주의 질서가 지닌 문제는 작금의 미국 금융위기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금융자본(기업)이 미국 정부에 대한 정치적 우월성까지 확보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정부가 통제력을 상실하여 결국 위기로까지 치닫게 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의 묵인 아래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자본들이 끊임없는 파생상품을 만들면서 미국뿐 아니라 지구촌의 여러 나라에 경제 위기를 확산시킨 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더 큰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음에도 그런 현상이 그대로 지속될 것이라는 어두운 측면입니다. 지금 우리 실생활에서도 체감할 수 있는 이러한 문제점을 바꾸자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있어야만 할 것입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 나라와 그 국민마저도 자신들의 이익 추구의 목표와 대상으로 만드는 초국가적 자본들의 무한경쟁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출범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들 사이의 조세경쟁 등 불필요한 경쟁을 막을 수 있는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실질적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전 세계를 무대로 국가마저 손쉽게 넘나드는 자본들의 첨병 역할을 하는 각종 기구들의 활동을 적절히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교회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일로에 있는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 깊이 발을 딛고 선 이들이 이 문제를 푸는 열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신앙인들, 특히 사회 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사회지도층 그리스도인들의 몫이 더욱 절실하게 요청됩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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