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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주교에게 듣는 신앙과 경제] (18) 고용불안 부추기는 ‘노동유연화정책’

통계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수 꾸준히 증가/ 임금불평등·간접고용 등으로 삶의 질 낮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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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권한에는 그에 걸맞은 책임이 따르는 게 상례이지만 우리 삶 곳곳에 깊이 파고든 신자유주의적 삶의 궤적들을 좇다보면 그 반대의 경우를 만나게 되니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합니다.

-노동유연화정책

신자유주의가 세상에 퍼뜨려놓은 부조리한 모습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비정규직과 간접고용으로 대변되는 노동유연화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많은 어려움을 몰고 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IMF사태 이후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노동유연화정책은 노동자들의 불안정 고용상태를 만성화시키고 고착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통계상으로만 보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2001년 8월 737만 명에서 2007년 3월 879만 명까지 계속 증가하였습니다. 2007년 8월부터 다소 감소해 2008년 8월에는 840만 명으로, 전체 1600만 노동자 가운데 52.1이지만, 이는 경제침체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자체의 감소와 간접고용 형태의 증가 때문일 것입니다.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이른바‘기간제 보호법’(사용기간 2년 이상을 계속 근로하는 노동자를 정규직 또는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노동법)이 일부의 비정규직을 간접고용 형태인 파견업체의 정규직 노동자로 만든 것입니다.

세부 고용형태별로도 기간제근로와 가내근로는 감소하고, 장기임시근로, 호출근로, 용역근로, 시간제근로, 파견근로, 특수고용 형태는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2007년 7월부터 기간제 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기업들이 입법 취지대로 기간제근로를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근로로 전환하기보다는 기간제 계약을 해지하고 필요한 인력을 호출근로 또는 시간제근로로 조달하거나 파견, 용역 등 간접고용으로 대체한 결과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규직과 비교해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이 49.9 수준에 그치고 시간당 임금은 50.6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임금불평등은 5.14배로, OECD 국가 중 임금불평등이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2005년 4.5배)보다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저임금계층은 432만 명(26.8)으로, 이 가운데 정규직은 49만 명(6.4)이고 비정규직은 383만 명(45.6)에 이르고 있습니다. 법정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노동자 175만 명(10.8) 가운데 정규직은 9만 명(1.2) 정도이지만 이에 비해 비정규직 노동자는 165만 명(19.7)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기간제 보호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대우가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간접고용은 삶의 질을 상상도 못할 정도로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파견근로와 용역근로 등으로 대변되는 간접고용은 2007년 8월 약 77만 명으로 파악되는데 용역근로의 증가가 두드러집니다. 대체로 파견근로는 여성이 많고 용역근로는 남성의 비중이 높게 나타납니다. 연령과 학력에 있어서는 50대 이상 간접고용 노동자의 비율이 49.4로 거의 절반에 이르고, 학력은 중졸 이하가 40.9로 다른 고용형태에 비해 학력수준이 낮게 나타납니다. 우리 사회의 가난한 계층을 이루고 있는 저학력 고연령 노동자들이 대거 파견이나 용역으로 전락해 빈곤한 계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나마 이들의 생존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노동조합 조직률에 있어서도 비정규직,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상황이 매우 취약해 이중 삼중고를 겪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노동부가 발표한‘2007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노조 조직률이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47.9에 이르는데 비해, 100~299인 사업장은 10.6, 30~99인 사업장은 1.7로 떨어졌고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겨우 0.2에 머물고 있어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인권부재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은 향후 한국교회의 모습을 전망하는데 있어서도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용훈 주교 (수원교구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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