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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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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예수님이 우리에게 참자유를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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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에 나는 어떤 사람에게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고 처우도 부당하게 하는 것으로 믿었다. 한마디로 업신여기는 것 같았다. 그즈음 서점을 서성이다 집어 든 책이 앤서니 드 멜로 신부의 「행복하기란 얼마나 쉬운가」이다.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는데 그중에서도 꽂히는 글귀들이 있었다.

“당신을 괴롭히는 유일한 원인은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대해야 한다는 당신의 생각, 당신 생각이 더 옳다는 당신의 믿음에 있다.… 당신이 바라는 대로 그들이 움직여 주기를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어긋났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당신이 기대한 대로 움직일 의무도 없고 실력도 없다. 당신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당신의 기대다.… 모든 고통은 당신의 무의식적인 기대, 요구, 희망, 갈망에서 온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그가 내게 잘못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처우를 잘해주기를 바란 내가 잘못했다는 것이었다. 내 의식의 밑바닥에 깔린 이기심이 그런 기대를 하도록 했다는 뜻이었다. 나는 나름대로 이성적인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성과 분별로 분칠하기는 했지만, 밑바닥의 정서는 욕망과 이기심이었다. 그 사람 처지에서 헤아려 보니 내 기대대로 해 줄 이유가 없는 것 같았다. 그 역시 나와 같은 이기적 인간이 아닌가. 그는 오히려 내가 그를 무시하고 올바로 처신하지 않는 것으로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는 나에게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 후 나는 종종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을 만나면 앞에서 인용한 글귀들을 꺼내 든다. 나 역시 그와 같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닌가, 설혹 내가 그보다 조금 더 이성적이라 해도 오십보백보가 아닌가 자문(自問)한다. 그러면 화가 조금 가라앉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 욕망과 이기심을 쉽게 제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아니다. 요즘도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하고 내 이익이 침해되고 나를 부당하게 대우한다고 느끼면 화가 난다.

그래도 예전에는 무심코 넘겼던 글귀들이 마음에 와 닿을 때가 있다. “내적 생활이 자기 자신의 이해와 관심에만 갇혀 있을 때… 하느님의 목소리를 더 들을 수 없고 그분 사랑의 고요한 기쁨을 느끼지 못하며 선행을 하고자 하는 열정도 식어 버립니다.… 많은 이가 이러한 위험에 빠져 삶을 잃어버리고 불만과 분노에 가득 찬 사람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복음의 기쁨」 2항) “현대세계의 상황이 야기하는 불안과 위기의식은 집단이기심의… 온상이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중심적이고 자기의식 안에 머물 때 탐욕이 커지기 마련입니다.” (「찬미받으소서」 204항)

요즘 나는 신앙을 갖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참자유를 얻는 데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참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예수님 말씀을 따르는 삶, 예수님을 닮는 삶을 사는 것 이외의 다른 방법은 없다는 믿음이 조금씩 커지는 것 같다. 예수님을 따르면 따를수록 더 큰 내적 자유를 느끼지 않을까 싶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직을 넘기고 1998년 6월 22일 명동대성당에서 봉헌한 송별 미사에서 이렇게 강론하셨다고 한다. “예수님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 자신이 바로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진리입니다. 저는 이 말씀을 저의 마음을 다하여, 저의 목숨,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여러분께 드립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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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1-1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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