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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차동엽 신부 이을 스타를 기다리며

김원철 바오로(보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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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길 잃은 나그네에게 길을 알려준다. 시인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슬퍼 우는 사람에게는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누군가는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바라보면서 아름다운 꿈을 꾸기도 한다.

우리는 그런 빛이 되어주는 사람을 ‘스타’라고 부른다. 대중 연예계에 워낙 눈부신 스타가 많아 오해할는지 모르겠으나 진정한 스타는 생각만큼 화려하지 않다.

별이 우주의 적막 속에서 내부 핵융합으로 엄청난 빛을 발하듯, 지상의 스타는 혹독한 고독과 싸우면서 자기를 채찍질해야 빛을 낼 수 있다. 세계 신기록을 세운 마라토너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는 것은 그가 동료 선수들을 따돌려서가 아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자신과의 싸움보다 지독하고 외로운 싸움은 없다.

한국 가톨릭의 스타라면 스타라고 할 수 있는 차동엽 노르베르토 신부가 최근 세상을 떠났다. 차 신부는 아는 것 많고 언변 좋은 잘 나가던 스타 강사다. 한창 많을 때는 한해 600회 넘게 마이크를 잡고 희망과 행복, 신앙에 대해 설파했다. 몸이 서너 개라도 모자랄 만큼 부르는 곳이 많았다. 이 때문에 유명 정치인처럼 달리는 차 안에서 쪽잠을 자가며 업무를 처리했다. 어디를 가든 봉사자들이 도시락을 챙겨 따라다녔다. 그런 모습에 질투 섞인 비판을 하는 사람이 없지 않았다. 사람들 대부분 차 신부에 대해 거기까지 알고 있다.

하지만 고인은 그 이상이다. 고인은 쉬이 피로를 느끼는 약골임에도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기도한 뒤 글 쓰고 강의를 준비했다. 주위에서 말려도 “우리 엄마(성모 마리아)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4시”라며 뿌리치고 일어났다.

고인은 간 기능이 극도로 약했다. 농약 성분이 남아있는 식자재로 만든 음식물을 먹으면 혀가 말리고 말이 어눌해졌다. 외부 식당 음식은 입에도 대지 못했다. 오죽하면 별명이 ‘농약 감별사’다. 그래서 늘 공복에 강의했다. 차 안에서 까먹는 도시락이라고 해봐야 죽과 견과류 같은 요깃거리다. 그가 나이 60에 이탈리아어 공부를 시작한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제들을 위한 교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중요한 것은 그가 무엇을 위해 그토록 허약한 몸으로 애면글면했는가 하는 점이다. ‘희망 전도사’라는 별칭처럼 절망으로 황폐해진 우리 사회에 희망의 나무를 심기 위해서다. 그는 사목신학 박사다. 그럼에도 신학적 언어가 아니라 일상의 언어로 희망을 얘기해 대중의 공감을 끌어냈다.

그의 저술과 강의는 크게 보면 「잊혀진 질문」에 답하는 것들이다. 「잊혀진 질문」은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타계 직전 인생과 종교에 관해 남긴 24가지 질문에 차 신부가 뒤늦게나마 답을 써서 2012년에 발간한 저서다. 질문은 신의 존재, 악인이 부귀영화를 누리는 이유, 고통과 불행 등 우리네 삶을 관통하는 것들이다.

사람들은 오늘도 이 회장이 남긴 질문을 종교인들에게 똑같이 하고 있다. 차 신부 말마따나 “절망 앞에 선 너의 물음이고, 허무의 늪에 빠진 나의 물음이고, 고통으로 신음하는 우리의 물음”이다. 그 답을 찾아 헤매다 ‘거짓 희망’에 사로잡힌 사람이 부지기수다.

교회는 이 질문에 끊임없이 답해야 한다. 종교는 외딴 섬이 아니다. 이 시대 사람들의 언어로 답변해야 한다. 차 신부의 떠남이 이 같은 종교 사명을 상기시키는 자극제가 되길 바란다. 한국교회에 또 다른 스타가 탄생하길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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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1-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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