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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예수님, 어서 오시어 저희에게 머무소서”

황진선 대건 안드레아(논객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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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영세한 지 20년이니 그간 내게 감명을 준 미사는 숱하게 많다. 그중에서도 10년 전쯤 A 신부가 주례한 미사는 잊히지 않는다. A 신부는 마침 예식을 하며 제단 위에서 ‘가시나무’를 불렀다. 개신교 목사가 예배 중에 혼자 찬송가를 부르는 것은 텔레비전에서 종종 봤지만, 신부께서 대중가요를 노래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람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A 신부의 베이스톤의 노랫말이 가슴을 저릿하게 했다. 단박에 ‘당신’은 하느님이요 예수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즈음 나는 예수님 말씀을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함을 알면서도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을 조금씩 성찰하기 시작한 것 같다.

집에 돌아와 검색해 보니 조성모의 ‘가시나무’ 뮤직비디오가 있었다. 일본의 눈 내린 겨울을 배경으로 김석훈과 이영애가 주인공이었다. 한동안 그 노래를 되풀이해서 들었다. 원작자가 시인과 촌장 출신의 가수로 뒤늦게 목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하덕규라는 것을 알고는 노랫말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도 이해하게 됐다. 그 해인지 그다음 해인지 나는 가톨릭 신자들의 한 송년 모임에서 ‘가시나무’를 부르는 허세를 부렸다. 요즘엔 실천이 없는 나는 그런 노래를 부를 자격이 없는 것 같아 부르지 않는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태어난 우리의 내면에는 신성이 있다. 불교에서는 불성, 곧 부처의 본성은 본래부터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에 갖추어져 있는 성품이라고 말한다. 하느님은 당신의 피조물에 자연의 법칙과 질서를 새겨 넣으셨다. 양심은 인간의 내면에 심어주신 신성이다. 우리가 자연의 질서를 따르고 선한 일, 친 공동체적인 일을 하도록 격려한다. 그 깊은 내면이 하느님 자리, 예수 그리스도의 자리다. ‘가시나무’는 신성이 머물러야 할 우리의 내면이 욕망과 이기심과 번잡한 세상사로 어지럽혀지고 있음을 절절하게 고백한다.

기도를 안내하는 책자를 보면 사막의 교부들은 기도를 시작한 직후뿐 아니라 깊은 내적 침묵 중에도 분심을 없애고 하느님 안에 머무는 데 집중하기 위해 짧은 기도를 반복해서 드렸다고 한다. ‘오소서 성령님, 주님 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주님, 저에게 오시어 함께 머무소서’, ‘당신 안에 하나 되게 하소서’, ‘당신 은총의 선물로 당신과 온전히 결합하게 하소서’.

이제 회개와 보속과 희망의 대림 시기를 거쳐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보내신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일을 맞는다.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기를 바라지만 성탄일을 앞두고 더욱더 우리의 깊은 내면을 열어 예수님이 자리하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판공성사를 보고 보속까지 했다면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주님, 당신 안에서 안식을 얻기까지 우리 마음은 편히 쉴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우리가 하느님에게 끌리는 것은 하느님이 안식과 기쁨의 원천이시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앙인은 기쁘게 산다. 강생하신 예수님은 세리와 매춘부와 죄인들까지 용서하시고 그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셨다.

‘가시나무’의 노랫말 그대로 내 속에는 내가 너무나 많다. 헛된 바람과 어둠과 슬픔 탓에 예수님이 자리하실 곳이 없다. 예수님, 어서 오시어 우리를 구원하시고 새롭게 변화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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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12-18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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