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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가난한 이를 먼저 선택해야 하는 이유

황진선 대건 안드레아(논객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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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나라로 나아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가난이다. 사람은 가난에 쪼들리면 최소한의 존엄과 품위를 유지할 수 없다. 기후 위기보다 더 심각하게 느낀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현실화하기 위해 가난한 이와 병자들을 사랑하고 치유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셨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반포한 「사목 헌장」 1항은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 세계에서 부의 불평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요즘 예수님이 가난한 이를 우선 선택하신 이유를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경제학자가 프랑스의 토마 피케티와 미국의 조지프 스티글리츠다.

「21세기 자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피케티는 세계 20여 개 나라에서 자본의 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높다는 것을 실증함으로써 불평등과 양극화의 출발점을 찾아냈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피케티는 현재의 추세라면 2100년에는 어떤 나라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은 자본소득 분배율이 선진국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노동소득 분배율이 불평등해질 수밖에 없다.

「불평등의 대가」의 저자인 스티글리츠 역시 미국 경제의 생산성이 40년 동안 크게 상승했지만, 근로자의 실질 임금은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대부분 자본이 챙겨갔으며, 이로 인해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는 특히 저서 「경제 규칙 다시 쓰기」에서 ‘효율성과 평등 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을 뒤집어야 한다고 밝혀 이목을 끈다. 효율과 성장을 위해서는 불평등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종전 보수 경제학자들의 견해였다. 그러나 그는 현재 경제적 성과와 평등은 역의 관계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고 역설한다. 지금의 심각한 불평등은 효율과 생산성을 해칠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협할 정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중산층을 두텁게 육성하는 새로운 규칙들을 만들어 성장과 불평등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우리 국민의 인식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10명 중 7명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 수준이 심각하다고 느낀다. 지난 1월 서울시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8.8가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매우 심각’(26.5)하거나 ‘심각’(42.3)하다고 했다. 심각한 분야로는 부동산 등 자산 형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자산 형성의 불평등을 크게 느끼는 연령대는 주택난을 겪는 청년층이었다. 더 큰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의 과실을 점점 더 자본이 많이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로봇 산업에 투자한 선진국과 거대 자본가와 그 구성원들에게만 부가 극심하게 편중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부익부 빈익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가난한 이들이 복음의 가장 뛰어난 수용자들”(「복음의 기쁨」 48항)임을 되새겨야 한다. 극심한 불평등은 폭력을 부르고 공동체까지 파괴할 수 있다. “가난한 이들과 못 사는 민족들이 폭력을 유발한다고 비난을 받지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온갖 형태의 공격과 분쟁은 계속 싹을 틔울 토양을 찾고 언젠가는 폭발하기 마련입니다.” (「복음의 기쁨」 59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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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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