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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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집의 어른은 진보다] 칼날을 쥘 것인가, 칼자루를 쥘 것인가?

김경집 바오로(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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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이 공포가 이어질지 아직은 모른다. 잠잠해지기는커녕 가을 겨울 들어서면 오히려 더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코로나 양성으로 확진됐다.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도 이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팬데믹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하늘 가득 날던 비행기들은 속절없이 공항 계류장에 묶여있고 극장도 썰렁하며 도서관을 비롯한 공공기관들은 아예 문을 닫았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지치고 심리적으로도 공황상태에 빠지곤 한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불쑥 찾아올 수 있다. 성당도 문을 닫았다. 제한된 범위와 조건에서 미사의 명맥만 이어가고 있다. 잠잠해질 듯하다가 광복절 집회 직후처럼 또 어느 한순간 확진자가 급증한다. 전전긍긍이다.

코로나는 일의 방식도 바꿨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부분적 재택근무가 이제는 일상화된 직장들도 꽤 된다. 거의 모든 강연과 강의도 비대면 방식으로, 즉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어떤 이는 농담 삼아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이 ‘방송통신대학’으로 일원화되었다고 꼬집기도 한다. 완전히 얼어붙었던 강연들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물론 거의 다 비대면 강연이다. 강연자도 수강자도 어색해 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코로나가 퇴치되어 다시 대면강연을 고대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완벽하게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냉정히 말하자면 코로나가 아니었더라도 원격 강연들은 충분히 활성화했어야 했다. 예전에는 장비나 네트워크의 제한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지만 이미 그런 시스템은 갖춘 지 오래다. 그런데도 관성 때문에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공간에서 참석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강연을 기획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오며 가며 내야 하는 기회비용도 만만한 게 아니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일상생활의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도 무시할 수 없다. 바쁜 세상이다. 코로나는 이미 우리가 갖추고 있는 시스템을 어쩔 수 없이 가동하게 만든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언제쯤 대면강연을 할 수 있을지 조바심을 내기만 할 게 아니라 새로운 방식에서 우리가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강연장에 오가는 데에 1시간쯤의 시간을 할애한다고 치자. 다른 건 할 수 없는, 일종의 버려진 시간이고 비용이다. 그렇다면 비대면 강연으로 인해 얻어지는 그 기회비용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 그 시간만큼 강연의 내용을 짚어보고, 어떻게 내 삶에서 그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지 따져보며 성찰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면 그냥 강연만 듣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미 반쯤 잊어버리는 것보다 훨씬 더 생산적일 수 있다.

재택근무도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상사의 눈에 부하직원들의 뒤통수가 보여야 안심할 수 있다는 낡은 사고의 관습 탓이 더 크다. 재택근무를 잘 활용하면 직원들도 출퇴근 기회비용을 유용하게 쓸 수 있고 그것이 업무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무실 임대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칼날을 쥘 게 아니라 칼자루를 쥐고 문제를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코로나에 치른 값은 결코 적지 않다. 생각이 바뀌면 삶이 바뀌고 미래가 바뀔 수 있다. 교회도 차제에 생각을 바꾸고 패러다임을 전환할 계기로 삼는 고민이 필요할 때다. 지금까지는 방송을 통한 미사나 예배가 편의를 제공하거나 선교의 방식의 부차적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동일 장소에 집합하는 신앙행위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복음 실천에 한걸음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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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10-1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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