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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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월 평화칼럼] 거짓을 가려내야 민주사회를 지킨다

김승월 프란치스코(시그니스서울/코리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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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거짓말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몇몇 정치인들이 당당히 외쳤던 정의로운 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거짓임이 드러날 때마다 드는 의문이다. 거짓인지 바로 알 수 없으니 그저 속고 사는 기분이다. 검찰 개혁이나 탈원전 같은 정치 논쟁만 봐도 그렇다. 상반되는 주장이 서로 맞서니 적어도 둘 중 한쪽은 거짓이 분명하다. 덩달아 편을 갈라 소리 높이는 분들은 제대로 알고서나 그러는 걸까.

거짓정치인의 모습은 간첩 같지 않을까. 반공교육을 세게 받고 자랐던 어린 시절에는 간첩은 뿔난 괴물쯤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들도 똑같이 생겼다. 겉모습만 보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듯, 악마도 알아보기 쉽지 않다. 거짓정치인도 알아채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을 거다. “너희는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양의 옷차림을 하고 너희에게 오지만 속은 게걸 든 이리들이다.”(마태 7,15)

거짓이 행세하는 데가 어디 정치뿐인가. 번드르르한 말로 꾀어 신자들의 재물을 갈취하는 거짓 종교인, 권력에 줄 대 잇속 챙기는 거짓 시민 운동가, 심지어 입양한 아이를 학대하다 죽인 거짓 양부모도 있다. 특히 거짓정치인은 진실한 정치인을 내몰고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니 가려내야 한다.

요즘 거짓정치인은 과학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오랜 연구 결과를 들먹이거나, 통계를 제시하기도 한다. 의도적인 연구결과의 조작이나 악의적인 해석은 과학의 탈을 뒤집어쓴 거짓이다. 그런 결과를 유도하고 악용하는 정치인의 거짓은 과학이나 통계를 순수하게 믿어온 이들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거짓정치인은 천사의 얼굴을 하기도 한다. 불쌍한 사람을 끌어안고 선택된 눈물 흘리며 감동을 자아낸다. 국민이 낸 세금을 허투루 뿌리며 자기 돈 내 주듯 선심 쓴다. 헛된 기대에 맛 들여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거짓정치인은 정의의 깃발을 들고도 찾아온다. 당당하게 외쳐 상대를 주눅들이거나 권력집단과 합세하여 힘으로 누른다. 흔들림 없이 우기니 반신반의하다가 넘어가는 이도 적지 않다. 정의를 강자의 도구라는 조롱거리로 만든다.

거짓정치인은 친구의 모습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듣기 좋은 말로 내 편이 되어주며 패거리로 이끈다. 여론을 조작하여 사회를 갈라치기하고 상대를 몰아치는 데 이용당하게 된다. 정치인의 거짓은 받아들여지니까 반복된다. 더구나 정치인은 거짓을 합리화할 구실이 많다. 거짓 여부보다는 정책이나 결과를 봐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있으니 수그러들지 않는다. 지지하는 정치인의 거짓에 지지하는 이들도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언론이 정치인의 거짓을 견제할 수 있다. 정치인의 거짓이 염려된다면, 언론의 자유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필 때다. 특정 신문이나 방송에 프레임을 씌워 아예 무시하는 건 치우친 감이 있다. 어느 매체나 투명한 사회를 위해 필요하다. 다만, 무책임하고 극단적인 일부 유튜버 같은 매체는 비난받고 외면당해 마땅하다. 모두에게 모든 것이 열린 정보의 시장에서 거짓은 걸러진다.

거짓을 물리쳐야 사회가 투명해진다. 모든 게 투명해야 민주사회가 지켜진다. 언론인은 용기를 가져야 하고, 국민도 두 눈 부릅뜨고 살펴야 한다. “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예언자들이 나타나, 할 수만 있으면 선택된 이들까지 속이려고 큰 표징과 이적들을 일으킬 것이다.”(마태 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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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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